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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교부금 쪼개기 논란…본질인 '내국세 20.79% 할당' 손 못 대

정부, 유치원-초중등 교육 예산 떼어 대학에 투입
수요 무관한 예산 증가 무대책…"전면 개편해야"

[편집자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 132개 단체로 구성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 공동대책위원회의가 정부의 교육교부금 개편 방침에 항의하고 있다. 2022.11.15/뉴스1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 132개 단체로 구성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 공동대책위원회의가 정부의 교육교부금 개편 방침에 항의하고 있다. 2022.11.15/뉴스1

정부가 유치원과 초·중교육 예산 일부를 떼어내 고등교육(대학)에 투입하는 방향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지만 문제의 본질인 '내국세 연동 구조'는 결국 손대지 못했다.

정부는 내국세 연동 개편의 경우 긴 시계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5일 교육부·기획재정부 공동으로 발표한 '고등·평생교육 재정 확충 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11조2000억원 규모로 조성해 대학 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재원은 고등·평생교육과 관련한 기존 사업을 8조원 이관하고 교육세 등으로 확보한 3조2000억원을 더해 마련한다. 이번 개편이 없었다면 초·중등 교육에 썼을 약 3조원을 대학에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로써 대학에 대한 일반재정 지원을 1조원에서 1조9000억원(연간) 수준으로 늘리고 인건비·경상비 사용을 일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특별회계는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돼야 내년부터 신설 가능하다.

◇학령인구 150만명 줄어도 교부금 30조원 '쑥'

문제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초·중등 교육 예산만 비대해지는 현상은 이번 특별회계 조성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 교육교부금 제도는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수 일부가 자동 할당되도록 설계돼 있다. 지난 1972년 교육교부금이 처음 도입됐을 당시 그대로다.

이는 경제 성장과 함께 학령인구가 지속 증가한 반세기 동안은 인재 양성 투자에 유효한 구조였다. 하지만 저출산이 급속도로 진행된 최근에는 교육 예산이 실제 수요와 관계 없이 과다 편성되도록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로 국가예산정책처는 교육교부금 규모가 국세 수입과 함께 비례적으로 늘어 지난해 59조6000억원에서 2030년 89조2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교육 수요는 정작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급감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17세 학령인구 수는 2020년 548만명에서 2030년 407만명으로 25% 넘게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학생. 2022.9.13/뉴스1
서울 한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학생. 2022.9.13/뉴스1

◇개편 방식 어떻게?…성장률-OECD 등 제안多

교부금 산정 방식이 인구 변화 추이를 반영하도록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은 앞서 학계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것이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월 토론회에서 "학령인구 추이와 경상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적용해 교부금 산정방식을 개편하면 학령인구가 줄어도 교부금 총액이 안정적, 합리적으로 확대된다"고 주장했다.

이 방식에 따르면 교육 투자를 학령인구와 실질소득·물가인상 등에 발맞춰 확대 또는 유지할 수 있다.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재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도 있다는 취지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 방식은 현행 대비 향후 40년 동안 최소 1000조원의 재정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가 아닌 국제 기준을 적용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최병권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지난 15일 예산정책처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정부 총지출 대비 초·중등 교육재정 지출 비중과 OECD 국가 학생 1인당 초·중등 교육재정 지출을 핵심 지표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최 실장은 교육 질 유지를 위해 OECD 국가 평균이 아닌 상위 30~50% 국가의 지표를 활용하자고 덧붙였다. 또 정부가 신설하기로 한 특별회계는 초·중등 교육과 대학 당국자 간의 현격한 견해 차이를 고려해 '미래인재양성' 특별회계로 하자고 타협점을 제시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고등·평생교육 재정 확충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2.11.15/뉴스1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고등·평생교육 재정 확충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2.11.15/뉴스1

◇정부 '뜨거운 감자' 피했나…"전면 개편 논의해야"

결국 내국세 연동 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한 수요보다 훨씬 큰 예산 편성, 재정 낭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초·중등 교육 예산을 떼어내 대학·평생교육에 투입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첫발은 디뎠지만, 문제의 본질은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셈이다.

특히 저출산 개선이 요원한 가운데 갑자기 학생 수가 늘어나긴 불가능하단 점을 고려하면 내국세 연동 개편이라는 예민한 문제를 후대로 미뤘다는 비판도 가능해 보인다.

교육계 반발 등으로 근본 개편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2~3년 내에 교부금 전면 개편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특별회계 신설 방안을 얼마 전에 발표한 터라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우선이고 일단 단기적으로는 그것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내국세 연동 개편은 시간이 짧게 걸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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