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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 기능에 문제 있더라도 뇌전증 수술 가능"

세브란스 교수팀 연구…뇌량절제술 효과·안전성 비교
심각한 부작용 없이 수술 후 2주간 집중관리 통해 회복

[편집자주]

(왼쪽부터) 김흥동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교수와 이영목·나지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 교수(=연세의료원 제공.)
(왼쪽부터) 김흥동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교수와 이영목·나지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 교수(=연세의료원 제공.)

세포 안에 존재해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부전 난치성 뇌전증(간질) 환자도 뇌량절제술을 받으면 호전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량절제술은 뇌전증 원인 부위가 뚜렷하지 않을 때 양쪽 대뇌 연결부위인 뇌량을 끊어 경련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수술법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김흥동 본원 소아신경과 교수와 이영목·나지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 교수의 연구팀이 2007~2015년 세브란스병원에서 뇌량절제술을 받은 소아 난치성 뇌전증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뇌량절제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 연구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 동반 환자 10명과 그렇지 않은 환자 10명의 수술 결과를 비교해 경련 감소와 뇌파 호전 상태를 살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 동반군과 대조군에서 수술 12개월 후에 50% 이상의 경련 감소를 보인 환자 비율은 각각 50%, 70%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어 수술 효과가 두 그룹에서 모두 우수했다.

또 수술 12개월 후에 뇌파 호전을 보인 비율은 각각 60%, 80%로 나타났다.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이, 두 그룹에서 뇌량절제술의 우수한 뇌파 호전 효과를 보였다. 두 그룹 환자들에게서 뇌량절제술 후 심각한 부작용도 없었다. 수술 후 2주간 집중 관리를 해 환자들은 무사히 회복할 수 있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부전 유무에 관계없이 뇌량절제술의 효과에 있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미토콘드리아 기능 부전이 있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뇌량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세의료원 제공)
미토콘드리아 기능 부전 유무에 관계없이 뇌량절제술의 효과에 있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미토콘드리아 기능 부전이 있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뇌량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세의료원 제공)

논문 제1저자인 나지훈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을 동반한 난치성 소아 뇌전증 환자에게는 수술과 같은 에너지 부담이 큰 치료는 힘들고 위험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금기시돼 왔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 환자도 안전하게 뇌량절제술을 받아 난치성 뇌전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고 말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등을 에너지원인 아데노신 삼인산(ATP)으로 변환한다. ATP 변환에 문제가 생기면 뇌, 근육 같은 중요한 장기들이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이상이 생긴다. 이러한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으로 인해 난치성 뇌전증과 같은 심각한 신경학적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과 뇌전증을 함께 가진 환자에게는 약물 치료가 힘들다.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이 있는 경우에는 뇌세포들의 기능이 떨어져 약물로 난치성 뇌전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약물 치료 자체만으로써 생길 수 있는 부가적인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 때문에 약물 선택에도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약물 치료는 물론 뇌전증 수술도 어렵다. 뇌전증 수술은 큰 에너지가 필요한데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진 만큼, 뇌전증 수술 과정에서 에너지 고갈이 심하고 환자 생명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신경계 질환의 치료적 발전'(Therapeutic Advances in Neurological Disorder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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