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올빼미' 포스터 |
성수기 개봉 작품들은 보통 개봉 후 첫 일주일의 흥행 추이를 보면 앞으로의 흥행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고, 빠르게는 2주, 느리게는 4주 정도만 지나면 최종 성적표를 쥐게 됐던 것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추세였다. 하지만 팬데믹 시기를 기점으로 극장가에서는 이전과 같은 패턴으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릴만한 영화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티켓값 상승과 스트리밍 서비스 등 경쟁 플랫폼의 위력이 증가한 탓이다.
그 가운데 영화 '범죄도시2'는 팬데믹 이후 개봉한 작품들 중 이전과 같은 패턴으로 흥행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작품들 중 하나다. 지난 5월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첫날 46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개봉 2일만에 100만, 4일째 200만, 5일째 300만, 7일째 400만, 10일째 500만 등을 돌파했고, 개봉 25일 만에 천만 관객을 넘어섰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천만을 돌파한 영화의 탄생은 극장가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지만, 아직까지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평을 내리기 어렵다. 여름 개봉했던 '한산: 용의 출현' '헌트' '외계+인' '비상선언' 등 '빅4' 영화들 중에서는 천만 영화가 나오지 않았으며, 추석 시즌인 지난 9월7일 개봉해 7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한 '공조2: 인터내셔날' 이후 한국 영화 중에는 '흥행했다'고 평할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극장가의 이처럼 달라진 상황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패턴으로 의미있는 성적을 내고 있는 작품들이 있다. 성수기 블록버스터 영화들처럼 초반에 폭발적인 흥행을 하지는 못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장기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들이다. 팬데믹 이전에도 입소문으로 흥행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지만, 이 영화들은 극장가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입소문의 힘만으로 성과를 냈다. 지난 8월24일 개봉한 코미디 영화 '육사오'는 한 달 넘게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랭크되며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고경표, 이이경 등의 젊은 배우들이 주연한 이 영화는 개봉 초반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첫날 5만9745명의 관객을 모으며 신작임에도 '헌트'에 밀려 박스오피스 2위에 머물렀다.
영화관/ 뉴스1 DB © News1 박지혜 기자 |
지난 10월12일 개봉한 중화권 스타 량쯔충(양자경) 주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개봉 세 달째 마라톤 흥행 중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오픈 시네마 섹션을 통해 먼저 공개됐던 이 영화는 신선하면서도 감동적인 내용으로 호평을 받았고, 이내 입소문 탄력을 받아 블록버스터 외화가 아님에도 지난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기준 34만630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올빼미' 역시 마라톤 흥행을 노리는 작품 중 하나다. 카타르 월드컵 시기와 겹치는 때에 개봉한 이 영화는 첫날 10만1590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성수기 영화들처럼 폭발적인 수치를 기록한 것은 아니나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으로 꾸준히 누적관객수를 쌓아가고 있다. 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했을 뿐 아니라 신작 개봉에도 불구하고 2일 오후 5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기준 예매율 1위 자리를 지켰다.
한 극장 관계자는 뉴스1에 "관객들의 영화 선택에서 SNS의 영향이 더 커진 것 같다, 예전에는 '극장 가서 뭐 볼까?'를 고민했다면 요즘에는 '이 작품이 재밌다는 데 볼까?' 하는 트렌드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육사오'가 기존에 기대한 것보다 훨씬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트렌드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입소문에 의해 기대보다 큰 흥행을 하는 경우를 '개싸라기 흥행'이라고 부르는데 팬데믹 이후에도 이런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 반면, 그와는 반대로 '불호'가 많았던 입소문의 영향으로 인해 예상보다 더 적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도 생겨나고 있다"면서 "관객들이 활발하게 의사 표현을 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콘텐츠에 경쟁력이 있으면 더 많은 관객들을 끌어모으는 데 동력이 된다"고 생각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