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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우디 방문'…FP "미국·사우디 '일부일처제' 끝났다"

사우디, 냉전 2.0 시대에 어느 한쪽 편에 서는 것 거부
중-사우디, 권위주의 국가 유대감 있어

[편집자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 도착해 리야드 주지사인 파이잘 빈 반다르 알 사우드 왕자의 영접을 받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 도착해 리야드 주지사인 파이잘 빈 반다르 알 사우드 왕자의 영접을 받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은 사우디와 미국의 '일부일처제'가 끝난 것을 보여줬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2004년 사우디 외교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단 한 명의 아내만 허용하는 가톨릭 결혼이 아니라 네 명의 아내가 허용되는 무슬림 결혼이다. 사우디는 미국과 이혼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 결혼을 요구한 것"이라고 한 것을 언급하며 이제 그것이 현실화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사우디에 가장 중요한 문제인 안보 분야에 있어 미국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미국과 사우디의 일부일체 시대는 이미 끝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냉전 2.0 시대에 사우디는 어느 한쪽 편에 서는 것을 거부하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에 다가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에런 밀러 연구원은 사우디와 중국의 관계 개선이 미국으로 하여금 사우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하기 위한 전술로 볼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훨씬 깊은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이면에는 '석유 공급'과 '안보 보장'이라는 근본적인 상호 필요성이 존재했지만 이런 관계가 수년간 변화를 거치며 약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양국간 관계 악화의 배경으로 9·11 테러,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아랍의 봄에 대한 미국의 반응,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이란과 핵합의, 카슈끄지 암살 사건 등을 꼽았다. 

에런 밀러 연구원은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것처럼 보였다며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고 10월에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석유 감산 결정을 하면서 양국 관계는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가운데 수십 년간 사우디는 중국과 관계를 발전시켰다며 미국의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행동하려는 사우디의 의지와 함께 중국의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에런 밀러 연구원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중국은 미국에 맞서 사용하는 지렛대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미 사우디의 최대 무역국일뿐 아니라 인권 문제를 비롯한 국내 정치에 간섭하지 않는 조건 없는 관계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최근 시작된 해외 방문국 중 하나로 사우디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했다. 중국과 사우디 모두 권위주의 클럽의 진정한 회원국으로서 민주화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외부 압력에 맞서 그들이 서로 연합할 수 있는 공통의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에런 밀러 연구원은 결국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은 상호 마찰이 없는 것으로 특징지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도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안보와 정보 협력 측면에서 사우디의 핵심 파트너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과거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면서 무함마드 왕세자가 자신의 길을 간다면 사우디에는 미국과 함께 중국 러시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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