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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70분 동안 지은 죄목만 8개, 그날 새벽 무슨 일이?

술 취해 훔친 차로 교통사고, 순찰차 부수고, 경찰관 상해까지
형 집행종료 1달 만에 또다시 범죄…"누범기간 범죄, 가중처벌"

[편집자주]

© News1 DB
© News1 DB

날이 밝아오던 지난해 8월 26일 오전 5시 15분께,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의 편도 2차선 도로를 빠르게 달리던 외제차 1대가 신호대기 중이던 QM5를 들이받았다. 사고 충격으로 잠시 멈칫한 차량은 아무런 사고 조치 없이 그대로 달아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0분 만에 사고 현장 인근에서 가해 차를 발견했다. 순찰차로 앞길을 막아선 경찰관들은 운전석으로 다가가 하차를 요구했다. 하지만 운전자는 문을 잠근 채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경찰관이 차의 문손잡이를 잡아당기자 운전자는 또다시 도주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이 차에 부딪혀 부상을 입었고 순찰차도 파손됐다.

도주로를 차단한 경찰은 A씨(40)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천안서북경찰서 성정지구대로 데려갔다. 오전 5시 50분, 붉은 아침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구대에 들어선 A씨의 얼굴에 홍조가 비쳤다. 걸음도 비틀거렸다. 경찰은 A씨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A씨는 "내가 뭘 잘못했는데, 살인범이나 잡아"라며 음주측정을 거부했다.

A씨는 지구대 내 근무자들에게도 욕설을 퍼부었다. 고성을 지르고 수갑을 찬 손으로 자리를 내리치며 소란을 떨었다. 

조사결과, A씨는 훔친 차량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술을 마시다 우연히 만난 피해자의 집에서 잠을 자던 A씨는 피해자가 잠든 틈을 이용해 피해자의 가방에서 차키를 훔쳤다. 운전면허도 없던 A씨는 주차된 차를 타고 운전하다 사고를 냈고 결국 구속 기소됐다.

A씨에게는 모두 8가지의 범죄 혐의가 적용됐다. 차량 '절도', 교통사고 후 미조치와 무면허운전, 음주측정거부 등 '도로교통법' 위반 3건, 순찰차 파손으로 인한 '공용물건손상', 경찰공무원 상해에 따른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경찰관 '모욕', 관공서 내에서 소란으로 인한 '경범죄처벌법'위반 등이다.

차키를 훔친 4시 56분께부터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린 6시 15분까지 1시간 19분 동안 8가지의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음주측정을 거부한 A씨는 법정에 가서야 당시 상황에 대해 "4차까지 술을 마셨다. 공소 사실 중 기억나는 것이 없다"라며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서전교)는 목격자 등의 진술을 토대로 범행 당시 A씨가 사물을 분별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동종 범행에 따른 형 집행 종료 한달 여 만에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가중처벌을 받았다.

재판장은 "누범 기간 중 범행의 위험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텐데 형 집행 종료 후 한달 여 만에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고 꾸짖으며 지난 11일, A씨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 벌금 6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호의를 베풀어 주거를 제공한 피해자의 차량을 훔치고, 무면허 운전, 공무집행 방해 및 상해, 도주 과정에서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했다"라며 "그럼에도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용서받지도 못해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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