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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은퇴 시즌2] AI로 연하장 만들기

[편집자주] 유비무환! 준비된 은퇴, 행복한 노후를 꾸리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욜로은퇴 시즌2로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연말과 새해가 되면 온라인을 통해 연하장을 많이 받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이 비슷한 문구의 비슷한 그림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낸 것을 저장했다가 그대로 보내기 일쑤다. 남 따라하기 싫어하는 나는 AI(인공지능)로 나만의 연하장을 만들어 페북이나 카톡에 올렸다. 대단한 노-하우가 있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간단하다.

AI로 연하장을 만든 계기는 AI를 이용해서 그림 그리는 것을 배우면서이다. 한 선배님이 페이스북에 AI로 그린 것이라며 올려 놓았는데 꽤 멋있었다. 처음은 그러려니 넘어 갔는데 두번째 그림이 올라오면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 보았더니 관련 앱(app)을 가르쳐주었다. 여러 앱들이 있지만 내가 소개 받은 것은 B^DISCOVER이다. 사용법이 복잡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간단했다. 앱을 다운 받고 거기서 정해진 몇 가지 조건을 선택하고 클릭을 했더니 인공지능 칼로(Karlo)가 그림을 그려 주었다.

나의 첫 작품은 <마티스 풍의 월광 소나타>로, 외계인 피아니스트, 오페라 하우스, 앙리 마티스 풍의 그림, 석양, 보라색이라는 조건들을 주었더니 마티스 풍의 피아니스트 그림이 되었다. 페이스북과 카톡방에 올렸더니 다들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렸냐고 물어 보았다. 어디서 본 짝퉁 그림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런 소재의 그림은 없었을 것이다. 출발은 좋았다.

첫 작품 : 마티스풍의 월광 소나타(왼쪽), 연말연하장 : 베니스에서의 일몰 
첫 작품 : 마티스풍의 월광 소나타(왼쪽), 연말연하장 : 베니스에서의 일몰 

그림 그리는 AI 앱은 몇 가지 조건들을 선택하면 그려 준다. 6개의 그림이 나오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같은 조건에서 다시 그리게 할 수 있다. 이 앱은 두 번을 더 반복할 수 있다. 그래도 마땅치 않으면 조건들을 바꾸거나 부가해서 다시 그리면 된다. 예를 들어, 첫번째 그림의 조건에 guitar를 넣으면 기타가 더해지면서 구도가 달라진다. 첫 작품을 페북에 올렸더니 호응이 좋아서 내친 김에 연말 연하장도 만들었다. 여기에 부가된 조건은 곤돌라, 베네치아, 석양, 표현주의 기법, 오렌지 색깔이었다. 처음 그림들 중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한번 더 시행했더니 곤돌라에 앉아 석양을 바라 보는 뒷모습의 그림이 나왔다. 맘에 꼭 들어 바로 선택했다.

만일, 여기에 ‘adios 2022’같은 문구가 필요하면 위 그림을 포토 샵 등에서 불러들여 문자를 넣으면 된다. 실제로 올해 연하장을 만들 때 웃는 토끼와 보름달 그림을 AI로 그리고 이를 그림판에서 불러 들여 전자펜을 이용해 ‘계묘년 천상운집(千祥雲集)’이라고 자필로 써 넣었다. 아쉽게도, 앞의 두 그림과 달리 이 그림은 아내에게 별로 호평을 받지 못했다.

그림의 역사를 보면 세밀하게 대상을 그리는 기술에서 대상을 보는 관점으로 그 중요성이 이동해왔다. 사진이 등장하면서 이런 변화는 가속화되었다. AI로 그리는 그림은 그 변화의 극단에 있는 것으로, 기술은 필요 없고 개념과 선택의 과정만 있다. 사람이 여러 개념을 정해 주면 AI가 이에 맞게 그림을 그리고 그 중에서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사용하고 있는 AI의 알고리즘 이외에 다른 앱에서 만든 알고리즘을 사용해도 된다.

나는 책을 쓰면서 삽화를 넣고 싶었는데 내 생각을 옮길 그림 실력이 없어 그러지 못했다. 그린다고 그려도 생각과는 다른 엉뚱한 그림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삽화도 개념을 주고 AI 앱이 그리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은 AI 화가가 초보 단계이지만 빠르게 진화해 갈 것이다. 프린터가 질감을 살릴 수 있으면 진짜 그림과 별 차이가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려 하면 처음에는 귀찮고 힘들지만 조금 집중해서 시간을 투자하면 새로운 세상을 맛볼 수 있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카톡에서 주는 옛날 이모티콘을 5년이고 10년이고 계속 사용하는 사람이 될지 모른다. 연하장이나 축하 카드도 꽃 그림 그려진 사진 에 상투적인 문구가 있는 걸 계속 보내지 말고 자신이 만든 걸로 보내 보자.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건 쿠키 만드는 걸 배우는 거나 마찬가지다. 쿠키 만드는 걸 배우면 이웃에게 쿠키를 평생 만들어 줄 수 있다. 더불어 시간이 갈수록 쿠키 맛도 좋아진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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