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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재구성]나를 죽이려했던 남편, 주민번호까지 바꿨지만 다시 눈앞에

찾아온 이유가 "사과하려고"…스토킹 60대 '실형'
재판부 "죄질 나쁘고 피해자 정신적 고통"

[편집자주]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사과를 하고 싶은데 피해자가 사과를 거부하고 나를 피한다면? 이를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면 어떻게 될까.

A씨는 지난 2017년 전 남편인 B씨에게 살해당할뻔 했다. B씨는 살인미수죄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고작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지난 2021년 출소했다.

B씨가 출소한 사실을 알게된 A씨는 B씨를 피하기 위해 개명을 하고 주민등록번호까지 바꿨다.

그러나 아무 소용없었다. B씨는 출소한지 9개월만에 한때는 장인이었던 A씨의 아버지의 집을 찾아가 차를 세워놓고 감시했다.

B씨는 4일 뒤에는 A씨의 집까지 알아내 찾아갔다. A씨의 집을 찾아갈 때는 자신의 차량도 아닌 렌터카를 끌고 가는 치밀함도 보였다.

며칠에 거쳐 차 안에서 A씨의 주거지를 지켜보고 배회한 B씨는 급기야 공동현관문을 통해 A씨의 집 현관문 앞까지 들어갔다.

B씨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왔어 당신한테 피해끼치러 온 게 아니야 큰 길 건너 커피점에서 기다릴게'라는 내용의 쪽지를 A씨 집 문에 붙였다. 그러나 A씨는 B씨의 이같은 행동에 공포를 느껴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지난해 3월, 3차례에 걸쳐 딸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와 통화하고 싶다', '(엄마를) 바꿔 달라', '내 전화번호 엄마에게 알려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B씨는 A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A씨는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및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B씨는 스토킹의 목적이 A씨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이 아니라, 사과하기 위해서 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재판부 역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정황 자료는 없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는 실형을 피할 수 없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8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의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당심에서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진 점을 고려했다"면서도 "개명하고 주민등록번호까지 변경한 피해자를 찾아내고 스토킹해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가 두려움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다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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