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카카오發 대형 과반 노조 등장…판교 '노조 열풍' 확산되나

카카오 노조 "노조법상 과반 달성 확실…조합원 약 1900명"
노조에 관심 적던 판교 IT업계 달라지는 분위기

[편집자주]

민주노총 화섬노조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크루유니언 책임과 약속 2023'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카카오지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카카오 공동체 문제점과 과제, 카카오 측의 책임과 약속을 위한 요구 사항 등을 밝혔다. 2023.1.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민주노총 화섬노조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크루유니언 책임과 약속 2023'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카카오지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카카오 공동체 문제점과 과제, 카카오 측의 책임과 약속을 위한 요구 사항 등을 밝혔다. 2023.1.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카카오 노조가 '과반 노조' 달성을 눈앞에 두면서 판교로 대표되는 정보통신(IT) 업계에 '노조 열풍'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지난 17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 '크루유니언'은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조 조합원 수가 19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카카오 본사 전체 사원 수는 지난해 6월 반기보고서 기준 3603명이다.

이날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노조법상 과반 달성이 확실하다"며 "근로기준법상으로는 과반인지 확인이 필요하고 회사와 과반 기준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노조의 과반 노조 달성이 확실해지면 국내 IT업계 최초로 조합원 1000명대 규모를 확보한 과반 노조가 된다. 이렇게 되면 단체교섭권을 행사하는 카카오 노조의 '입김'이 더 세질 수밖에 없다. 

그간 판교 소재 IT 회사들은 '노조 불모지'로 통했다. 포털사, 게임사 등 판교 IT업계의 경우 성과주의에 따른 처우 보장, 잦은 이직 등 특유의 업종 특성상 타 업계보다 노조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근로시간 문제로 게임사를 중심으로 노조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포털 양강으로 꼽히는 카카오가 첫 대형 과반노조의 출현까지 예고하면서 판교 IT회사들 사이에서 노조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재택근무 종료 등을 계기로 '직원 복지' 축소 행보에 불만을 품은 근로자들이 늘면서 노조가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작년까지 매주 단위로 부서 발령이 났다며" 과도한 조직 개편을 문제로 언급했다. 또한 카카오는 1년간 총 4번 근무제를 변경하고 지난해 12월 사실상 재택근무와 격주 '놀금(노는 금요일)' 제도를 축소한다고 발표하면서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도 성과급 지급 문제로 가입률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2월 전사 타운홀미팅 뒤 노조 가입자가 급격히 늘어 노조 가입률이 35%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타운홀미팅에서 사측은 직원들에게 역대 최대 매출을 언급하면서도 '케이크 쿠폰' 한 장을 지급했다. 또한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직원들의 의사가 있었지만, 회사는 전면 출근으로 근무제를 확정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커졌다.

카카오 노조의 가입률 50% 달성과 판교 IT업계 노동자들의 불만 목소리가 맞물리면서, 노조 가입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새로운 시도를 자주 하고 규모도 크다 보니 다들 카카오의 행보를 참고하는 것 같다"며 "카카오가 과반 노조가 될 거라는 소식이 들린 뒤 업계에서 잠잠했던 노조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 넥슨 자회사 네오플, 한글과컴퓨터, 카카오모빌리티의 민주노총 지회가 과반 노조를 이룬 것으로 추정되지만, 회사 규모상 추정되는 조합원 수는 최대 수백 명 정도다. 이외에도 네이버 '공동성명', 넥슨 '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 'SG길드' 등 노조가 있지만 가입률은 50% 미만인 상황이다.

카카오 노조를 비롯한 IT노조들이 향후 공동행동에 나설지 여부도 주목된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다른 IT노조와의) 공동행동에 대한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이후에 논의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