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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바꾼 '오일 머니', '변방투어'에 통 큰 후원…남녀 톱랭커 집결

이번주 아시안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에 PGA 선수들 출격
LET 사우디 대회엔 女 골프 메이저 우승자 13명이나 나서

[편집자주]

지난해 출범한 리브(LIV) 골프. © AFP=뉴스1
지난해 출범한 리브(LIV) 골프. © AFP=뉴스1

지난해 리브(LIV) 골프의 창설로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스포츠워싱'(Sports Washing)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리브의 출범이 꽤 성공적이었음에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대립각을 세우는 등 숱한 잡음에 시달렸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엔 새로운 전략으로 선회한 모양새다.

리브의 새 시즌 개막은 2월24일 멕시코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오일 머니의 영향을 받은 남녀 골프 대회가 그보다 먼저 열린다. '리브'의 이름을 달지 않았을 뿐, 속은 크게 다르지 않은 대회들이다.

당장 이번주인 2일(한국시간)부터 나흘동안 아시안투어 2023시즌 개막전인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총상금 500만달러)이 열린다. 대회 이름에서 이미 'PIF'(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를 명시할 정도로 정체성이 뚜렷하다.

2019년 DP월드투어(유럽투어) 대회로 시작했지만 리브 창설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키면서 지난해부터 아시안투어 대회로 바뀌었다. 아시안투어는 상금 규모가 많아야 200~250만달러선이지만 이 대회는 두 배 규모다.

우승 상금도 100만달러인데, 지난해 아시안투어 상금왕인 재미교포 김시환이 벌어들인 액수가 62만7458달러였다.

통상 아시안투어는 PGA투어나 DP월드투어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이 대회만큼은 톱랭커들이 대거 출전한다.

세계랭킹 3위 캐머런 스미스(호주)를 비롯해 필 미켈슨,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 패트릭 리드, 버바 왓슨(이상 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헨릭 스텐손(스웨덴) 등 리브 소속 선수들이 나선다.

캐머런 영, 캐머런 챔프(이상 미국) 등 PGA투어 소속 선수들도 출격한다. PGA투어는 지난해 리브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징계하는 등 강경대응했지만 이 대회는 리브 주관이 아닌 아시안투어 대회다.

같은 기간 PGA투어는 AT&T 베플비치 프로암(총상금 900만달러)이 열린다. 총상금 규모와 우승상금(162만달러)이 사우디 대회보다 많으나 세계랭킹 10위 이내 중 출전 선수는 10위 맷 피츠패트릭(잉글랜드) 한 명 뿐이다.

톱랭커 대부분은 그 다음주에 열리는 총상금 2000만달러의 '특급 대회' 피닉스 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휴식을 택했다. 공교롭게도 사우디 대회와 기간이 겹치면서 상금 규모가 큰 데도 상대적으로 초라한 모양새가 됐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 © AFP=뉴스1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 © AFP=뉴스1

'오일머니'는 여자 골프에도 스며들고 있다. 일단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가 타깃이 된 모양새다.

이달 16일부터 나흘 간 열리는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후원하는 대회다.

2020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올해 총상금을 500만달러, 우승상금을 75만달러로 대폭 상향했다.

이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우승자만 13명이 출격하는 등 톱랭커들이 몰렸다. 여기엔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7위 렉시 톰슨(미국), 8위 전인지(29·KB금융그룹), 9위 김효주(28·롯데) 등이 포함됐다.

LPGA투어는 지난달 시즌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개최했는데, 당시엔 리디아 고를 비롯한 톱랭커 대다수가 결장했다. LPGA 개막전의 총상금 규모는 150만달러로 사우디 대회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선수들도 대회 상금 규모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톰슨은 "우리는 오래 전부터 남자 대회와 같은 상금을 받기를 원했다"면서 "이번 대회는 여성 골퍼들에게 큰 힘이 된다. 우리 모두 미래의 여성 골퍼들을 위해 골프 성장에 집중해야한다"고 밝혔다.

부정적인 시선도 뒤따른다. 야후스포츠는 "사우디의 여성에 대한 광범위한 인권 유린을 고려한다면 이 대회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남자 골프와 동등한 상금 규모의 대회가 열리는 것을 '평등'으로 여기고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사우디아라비아는 작년 성차별 지수에서 전세계 153개국 중 147위에 그칠 정도로 남녀 차별이 극심한 나라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아람코는 올해만 LET의 6개 대회를 후원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되는 첫 대회를 시작으로 태국(방콕), 영국(런던), 필리핀(소토그란데), 미국(뉴욕) 등을 순회하는 '아람코 시리즈'를 개최한다. 향후 한국과 호주로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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