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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예상 밖 고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본 현대전 특징

[우크라戰1년]③ '진영 싸움'으로 번져 전 세계에 영향
사이버·보급·합동성 중요성 다시 부각… K방산엔 기회

[편집자주] 이달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이라는 커다란 파고를 몰고왔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등 전세계 외교지형에 신냉전 체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군비경쟁에 불을 붙였고 한국 방위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뉴스1은 7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국제정세적 의미와 전망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병사가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그린 벽화 앞에 소년에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있다. © AFP=뉴스1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병사가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그린 벽화 앞에 소년에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있다. © AFP=뉴스1 

2022년 2월24일 러시아군이 비무장화와 탈나치화를 윗한 '특수 군사작전'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다.

전쟁 초기 군사력 '세계 2위'이자 핵강국인 러시아가 '세계 22위'의 비핵국가 우크라이나를 신속히 제압해 수도 키이우까지 점령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으나 이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아직도 전쟁은 진행 중이지만 지난 1년 동안의 '승자'는 오히려 우크라이나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 밖 전황을 보여줬지만, 결과론적으론 일반적인 전쟁, 현대전의 특징도 확인할 수 있었단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군과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 양상을 분석해 미래전에 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표면적으로는 두 나라 간 충돌이다. 한때 '세계대전'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으나 미국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이 전장에 직접 투입되진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대(對) 권위주의 진영'이란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제 1·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전쟁은 당사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보내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주로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 반면 미국 등 서방 진영은 무기와 군수물자를 대량으로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병력 규모가 러시아에 비해 적은 우크라이나이지만 장비 보급·운용 분야만큼은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 것이다.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보낸 미사일이 러시아 전차를 격퇴했다는 소식이 개전 초부터 자주 들려왔다. 최근엔 미국·독일·영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도 지원하기로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에 반해 러시아는 우호 세력을 거의 확보하지 못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미사일 등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와 정상적 무역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어느 나라에도 군사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타국을 침략했다는 이유로 러시아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된 처지다. 한때 세계 외교무대의 주요 인사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은 점점 영향력을 잃고 있다.

사이버전·정보전·선전전·심리전·기만전 등 '소프트파워'의 위력도 이번 전쟁에서 여실이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는 개전 이전부터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가해 병력 자료를 해킹했고, 작년 7월 말레이시아 항공의 여객기가 추락했을 땐 "우크라이나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허위 정보를 퍼드리기도 했다.

개전 이후에도 러시아는 자국에 유리한 국제사회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애써왔으나, 시간이 갈수록 우크라이나의 손을 들어주는 나라가 많아졌다.

러시아 군인들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고, 이들이 전쟁터에서 살인·강간 등을 일삼았다는 보도도 쏟아졌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의도적인 '가짜뉴스'로 평가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전쟁 과정에서 '전략적 소통'(SC)에 성공했다.

이전엔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 '전쟁을 초래한 인물' 등으로 유명했으나, 소셜미디어(SNS)에 수시로 연설 영상을 올리고 주요국 의회 연설 등 활동에 나서며 '전쟁 영웅'으로 거듭났다. 이 같은 전략은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엔 불필요한 것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의 민간 인공위성 영상정보 업체로부터 전장의 위성사진을 제공받았다. 또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활용해 부대 간 교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하면서 전장 상황을 공유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무인기를 활용한 군사작전도 이번 전쟁을 통해 더욱 다듬어졌단 평가가 나온다.

고대부터 전쟁에서 보급의 중요성은 늘 강조돼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번 전쟁 장기화를 예상하지 못한 탓에 보급 작전에서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역에 처음 군대를 동원했을 당시 전면전은 아예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전쟁 장기화는 애써 만든 점령지에서 병력이 철수하거나, 사기가 떨어진 장병들이 투항 혹은 탈영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육해공군 등 2개 이상 전력을 통합 및 운용하는 '합동성'의 중요성도 이번 전쟁에서 확인된 사항이다.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 특별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작전사령관을 임명하지 않은 채 축선별로 투입한 개별 군관구 사령관을 중심으로 전쟁에 임했다. 그러나 군관구 단위의 분절적 작전 수행은 특별군사작전의 동시통합 효과를 후퇴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러시아는 개전 후 50여일이 지나서야 특별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작전사령관을 임명했다.

러시아의 침공 속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병사들이 부상병을 응급 치료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러시아의 침공 속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병사들이 부상병을 응급 치료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장에 대한 전술핵무기 사용 위협을 수차례 가했다. 그러나 실행으로까진 옮기지 못했다. 핵무기 사용국이 향후 부딪힐 국제적 비판과 이후 오염된 전장에서 활동할 때의 위험 부담 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현대전에서 전술핵무기가 전황을 얼마나 바꿀 것인가'는 국제적 토론 주제가 되고 있다.

앞서 2020년 6월 러시아가 발표한 '핵억제에 관한 국가의 기본 원칙'이란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오로지 방어적이고 억제 목적으로만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의 피해는 계속 늘고 있다. 올 1월 기준 양측 사상자는 최소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는 정규군 기준 약 40%의 인적 손실과 50% 이상의 전력 손실을, 그리고 러시아는 정규군의 12%, 합동 전력의 20%에 해당하는 인적·물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나라엔 무기 수출시장 확대란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했다.

유럽 전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각국이 국방비 증액을 가속화하면서다. 이에 따라 방산물자 거래량도 크게 증가하는 등 과거 전쟁 시기 나타났던 현상들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무기 수출 중 'K방산'의 비중은 2.8%로 9위지만, 직전 5년 대비 성장률은 177%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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