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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피플]"수의사는 동물 전문가…건강하고 행복한 문화 만들 것"

황정연 신임 서울시수의사회 회장 인터뷰

[편집자주]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 회장과 반려견. 황 회장의 반려견은 2022년 14세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 뉴스1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 회장과 반려견. 황 회장의 반려견은 2022년 14세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 뉴스1

"수의사는 전문가로서 동물을 잘 진료하고 보호자의 마음을 보듬는 일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억울한 수의사가 생기지 않도록 대변하는 것이 회장의 역할이고요."

황정연 제26대 서울시수의사회 회장이 16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달부터 서울시수의사회와 서울수의약품(서수약품)을 이끌고 있는 황 회장은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이다.

◇ "수의료분쟁으로 힘든 나날…출마 계기돼"

헬릭스는 국내 최초로 동물 진료를 위한 1.5T MRI(자기공명영상) 및 16CH MDCT(다중채널컴퓨터단층촬영)를 도입한 2차진료동물병원이다. 국내 최초 강아지 이첨판 폐쇄부전증 수술에 성공하는 등 수의계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다 몇 년 전 뜻하지 않게 수의료분쟁에 휘말렸다. 황 회장은 "거짓 제보와 증거 조작, 온라인 비방 등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말했다.

동물들에게 최고의 의료복지를 누리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시작했지만 그의 명예는 한순간에 실추됐다.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분쟁을 겪는 동안 애지중지하던 반려견 망고는 지난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에게 닥친 시련은 수의사회장 출마 계기가 됐다.

황 회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물병원과 보호자 사이 분쟁도 늘고 있다"며 "수의사는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을 진료하는 직업이라 보호자와 생각하는 것이 다를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동물병원과 해당 의료진들이 무자비한 온라인 공격으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보니 안타까웠다"며 "자연스럽게 제 경험과 대처방안을 다른 수의사들과 공유하기 위해 단체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온라인 적극 대응팀'을 신설하고 의료분쟁 발생 시 대응을 약속했다. 반려동물 커뮤니티, 카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유언비어에 맞서기 위해서다. 시간, 소재 등 한계가 있는 방송 매체보다는 온라인 매체와 적극 공조해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겠다는 계획이다.

황정연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프로필 © 뉴스1
황정연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프로필 © 뉴스1

◇ "수의료 질 높이고 보호자와도 소통 강화"  

그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동시에 반려동물 의료의 질을 높이고 보호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황정연 회장은 "일부 문제를 만드는 수의사들이 있다고 해서 전체 수의사가 보호자의 적은 아니다"라며 "대다수 수의사들은 동물들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밤낮없이 열심히 근무하고 있고 스트레스도 많은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고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당장 사람과 같은 공공 의료보험이 없어서다.

또 동물은 말이 통하지 않고 아파도 감추려는 습성이 있다. 진료를 하려면 엑스레이, 초음파 등 각종 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움직이는 동물을 붙잡아야 하니 근골격계 질환에 걸릴 우려도 있다.

개(강아지), 고양이에게 물리는 일이 다반사지만 대놓고 내색도 못한다. 여기에 반려동물 보호자를 상대하며 감정노동을 해야 하니 피로도가 높은 직업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황 회장은 진료매뉴얼을 통합하고 내부에서 한 목소리를 내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진료매뉴얼이 병원마다 다르다보니 생기는 혼선을 방지하고 보호자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그는 "진료매뉴얼인 '서수 프로토콜' 부활을 고심 중"이라며 "기본부터 최신 치료법까지 표준화된 진료방식으로 보호자들의 신뢰를 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수약품 대표이기도 한 황 회장은 동물 전문가인 수의사가 처방하는 약을 동물병원에서 제대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다.

그는 "약품 및 소모품을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신규 제품들을 발굴해 일선 동물병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고 물류, 관리비용 절감을 통해 수의사는 물론 결과적으로 보호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관 개정(임원선거 온라인 투표, 중요 안건 회원 직접 투표 등) △IT, 인공지능 등을 통한 진료와 경영환경 혁신적 변화 주도 △의료분쟁, 영업배상책임 보장 범위 확대 △서울수의사회콘퍼런스의 국제학회로 성장 △내장형 동물등록, 광견병 접종비용 현실화 등을 공약했다.

황 회장은 "수의사들이 동물 진료를 잘해서 전문성을 인정받게 하고 사회적 위상을 올리겠다"며 "보호자들로부터 '믿을 수 있는 따뜻한 수의사'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의사들도 고충이 많다"며 "보호자들도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고 서로 존중해 사람과 동물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문화를 함께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충남대학교 수의학과 졸업 △건국대학교 수의학 석사 졸업 및 박사 수료 △서울시수의사회 정책이사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 원장[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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