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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여객기 내서 실탄이 발사됐다면

대한민국 항공보안 뚫렸는데 책임은 누가지나?

[편집자주]

 
대한항공 여객기 /뉴스1  
대한항공 여객기 /뉴스1  

대한민국 관문을 담당하는 인천공항에서 중대한 항공보안사고가 터졌지만 정작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지난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로 가려던 대한항공 항공기에서 권총 실탄이 발견됐다. 

체코에서 제작한 9mm권총탄은 항공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인천국제공항보안(주) 직원이 아닌 승객이 항공기내에서 발견했다. 하지만 사건발생 7일이 지난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항공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인천국제공항보안의 태도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태연하다.  

승객이 발견한 실탄은 필리핀으로 향할 예정이던 대한항공 KE621편 53G 주변에서 2발이 발견됐다.  

승객이 실탄을 발견했을 당시 승객은 몇 명 타지 않았던 터라 누가 실탄을 소지했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고, 수사당국은 실탄이 발견된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수하물 X선 검색대 영상을 조사해 A씨의 수하물에서 실탄 3발이 든 모습도 확인했다. 누가 실탄을 들고 왔는지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모인 것이다.  

A씨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환승구역 '동측 보안검색장'을 이용했다. 실탄이 든 A씨의 수하물은 검색대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통과됐고, 그는 사건 발생 4시간 뒤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필리핀으로 이동해 종적을 감췄다.

수사당국이 X선 검사 영상을 빨리 확인했다면 A씨를 검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대한항공기가 공항 터미널로 되돌아오는 '램프리턴(Ramp Return)'을 한 뒤에도 승객 및 수하물을 재검색 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A씨를 필리핀으로 보내는 오류를 범했다.

경찰은 A씨 체포를 위해 인터폴에 공조 수사 요청도 하지 않았다. 사건발생 7일이 지났음에도 "수사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토부 역시 이런 상황을 아는지 사건발생 당일 "항공기와 승객에 대한 보안검색을 한 결과 테러 혐의점 등 특이사항 없음을 확인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대한민국 관문을 책임지고 있는 인천국제공항보안의 경우 X선 검색대가 뚫리는 중대한 보안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그 누구 한 명 나서 대국민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 X선 검사에서 실탄을 걸러냈다면 항공기내에서 실탄이 발견되는 중대한 보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정선 인천국제공항보안 사장에게 '보안이 뚫린 것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지만 오히려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되묻기만 했다.

'보안 경험이 없는 사장이 앉아 문제가 발생했다'는 내부의 목소리를 백 사장은 알고 있을까. 만에 하나, 여객기 내에서 실탄이 발사됐다면 똑같은 입장을 되풀이할 지 의문이다.

정진욱 뉴스1 기자
정진욱 뉴스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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