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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덩'→'스즈메의 문단속', 日 애니메이션 왜 뜨거울까 [N초점]

[편집자주]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연초부터 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3월에도 지속되고 있다.

3월 박스오피스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두 편의 쌍끌이가 돋보인다.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다. 지난 8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9일째 박스오피스 1위(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16일 기준)를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누적 123만867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작품은 개봉 6일째 되는 날인 지난 13일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2023년 개봉한 영화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성적이다. 앞서 영화 '교섭'이 7일 만에,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8일 만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1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바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너의 이름은.'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기록을 넘기까지 우리나라 개봉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1위를 차지했던 작품으로 2016년 개봉 후 누적 367만3885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에 이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1월에 개봉해 3개월째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현재 누적관객수 404만7572명을 기록 중이다. 이 영화는 이 같은 성적에 힘입어 '너의 이름은.'을 누르고 역대 국내 개봉 일본애니메이션 1위 자리를 경신하기도 했다.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이 같은 약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한국 영화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아바타: 물의 길'과 같은 시기 우리나라 영화 '영웅'이 개봉해 약326만명을 동원하며 선전했지만, '영웅' 이후로는 박스오피스에서 블록버스터라 부를 만한 작품이 계속 부재해온 상황이다. 지난 1월부터 3월 사이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은 '교섭' '유령' '스위치' '카운트' '다음소희' '살수' '대외비' '멍뭉이' '소울메이트' 등이 있는데, 그 중 '교섭'이나 '유령'이 규모가 큰 작품들이었지만 두 영화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의 여파로 한국 영화는 지난 2~3년간 창고에서 묵혀온 작품들이 뒤늦게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뒤늦게 개봉하게 된 영화들이 OTT 등의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팬데믹 기간에도 변함없이 발전돼 온 관객들의 높아진 눈높이와 맞지 않고, 트렌드에도 뒤쳐진 느낌을 줘 예상보다 더 흥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분석한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관람권의 가격이 상승해 관객들의 관람 작품 선택이 더 신중해진 것에서도 부진의 이유를 찾는다. 

더불어 일본 애니메이션은 전통적으로 특정 팬층이 확고했던 장르다. 예컨대 극장에 관객이 들지 않았던 위기의 순간에도 유명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극장판 시리즈는 여러 편이 개봉해 의미있는 성적을 냈다. 특히 2021년에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팬데믹이 한창이었을 당시 개봉했음에도 무려 218만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날씨의 아이'도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 2019년에 개봉해 약7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선방했다.

결국 이처럼 충성도가 높은 팬층과 한국 영화의 부진 타이밍이 맞물려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화력을 더욱 높여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작품의 높은 완성도가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흥행 흐름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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