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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영화 봇물…성공한 ‘스포츠 영화’들 공통점은 [N초점]

[편집자주]

'카운트' '리바운드' '드림' 포스터
'카운트' '리바운드' '드림' 포스터
'국가대표'(2009)나 '우생순'(2008) 같은 스포츠 영화들의 성공 전례가 10여년 만에 재현될 수 있을까. 한동안 스릴러나 범죄 영화 같은 장르에 치중돼 있던 한국 영화지만, 올해는 다양한 스포츠 영화들이 개봉을 했거나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최고 흥행작은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다. 농구를 소재로 한 90년대 일본 인기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 영화인 '더 서프트 슬램덩크'는 지난달 30일 기준, 431만915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이 영화는 올해 최고 흥행작이기도 하다.

우연의 일치일까.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성공 시기에 때를 맞춘 듯 여러 편의 스포츠 영화가 상반기 개봉을 결정했다. 고등학생 복싱 선수와 코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카운트'(감독 권혁재)는 지난달 22일 개봉했고,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담은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는 오는 4월5일에 개봉할 예정이다. 그 뿐만 아니라 홈리스 월드컵을 소재로 한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도 오는 4월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비교적 좋은 평을 받은 작품임에도 불구 현재까지 약 39만명의 누적관객수를 동원한 '카운트'의 경우는 흥행성적 면에서 다소 아쉬움을 준다. 이 영화의 흥행 실패는 한창 '더 퍼스트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인기가 높을 때 개봉해 대진운이 좋지 않았던 데다가, 다소 주목할만한 요소들이 적었던 탓이 크다. 반면 개봉을 앞둔 '리바운드'와 '드림'에 대해서는 화제성을 가져올만한 요소들이 적지 않아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준다. '리바운드'는 최고 흥행작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같은 농구 소재를 활용한 영화라 주목도가 높고 시사회 후 반응도 호평이 우세했다. '드림'은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신작에 박서준, 아이유라는 톱스타 캐스팅 라인업만으로도 주목도가 높다.

그간 다른 장르물에 비해 스포츠 영화는 한국 영화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국내 극장가에서는 흥행에 성공한 스포츠 영화가 여러 편 나와 인기를 누린 바 있다. 2005년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초원이(조승우 분)의 마라톤 도전기를 담은 '말아톤'이 419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2008년에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4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더불어 2011년에는 유명 야구 선수인 최동원과 선동열의 이야기를 그린 '퍼펙트 게임'이, 2012년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북 단일 탁구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코리아'가 개봉했으며 각각 150만명, 187만명을 동원하며 '중박'에 그쳤으나 영화에 대해서는 좋은 평이 많았다. 국내 스포츠 영화 역대 최고 흥행작은 '국가대표'(2009)다.'국가대표'는 누적 848만7894명을 동원했고 역대 한국 영화 흥행작 2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앞서 성공한 국내 스포츠 영화들의 경우 실화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드라마 장르와 결합, 경기 결과에 따라 승패가 결정지어지는 스포츠의 박진감과 드라마의 감동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최고 흥행작인 '국가대표'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실제 이야기와 허구를 뒤섞은 작품이며, '말아톤'이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퍼펙트 게임' '코리아' 등의 작품들도 모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가 존재했다. 더불어 불리한 조건에 처한 '마이너리티'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에도 주목할만하다.'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당시만 해도 비인기 종목이었던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이 승리를 경험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국가대표' 역시 비인기 종목인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들은 너무 도식화 돼버린 플롯으로 이어져 스포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반감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국가대표'를 끝으로 흥행에 성공한 스포츠 영화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 점이 이를 방증한다. 10여년 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다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기 만화 원작이라는 외부적인 요인의 힘이 컸지만, 단 한 번의 경기 안에 중심 인물들의 전사를 넣은 색다른 플롯의 매력과 농구 경기 그 자체의 매력을 보여주는 연출도 한 몫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농구 경기를 직관하는 듯한 경기와 선수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연출로 관객들의 몰입을 끌어냈다.

개봉을 앞둔 스포츠 영화들은 기존 성공작들의 장점을 이으면서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보여준 것과 같은 새로운 요소들을 통해 관객들의 호평을 끌어낼 수 있을까. 곧 개봉하는 '리바운드'와 '드림' 등이, 분명한 비교작의 존재감 속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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