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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잠깐 편하려고'…7개월 아기, 엄마와 영영 이별시킨 원장

어린이집 등원 일주일만에 주검으로…재판부 "법정 최상한 처벌 마땅"
아동학대살해 아닌 아동학대치사 징역19년 선고…원장·검찰 모두 항소

[편집자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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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거주하는 베트남 국적의 A씨는 지난해 11월 청천벽력의 소리를 들었다. 결혼 4년 만에 얻은 아들 B군(생후 7개월) 숨을 쉬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행복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A씨로써는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웠던 B군은 A씨가 믿고 보낸 어린이집에서 타의에 의해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A씨와 B군을 영영 이별시킨 이는 다름 아닌 어린이집 원장 C씨였다. B군이 처음 어린이집에 등원하던 날(2022년 11월3일) "아이가 너무 예쁘다"며 반색했던 그였다. C씨의 실체는 불과 일주일만에 B군이 숨지며 드러났다.

사건 당일 C씨는 B군이 낮잠을 길게 자지 않고 귀찮게 하자 강제로 재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C씨는 B군을 눕힌 채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고, 쿠션도 올려뒀다. C씨는 평소에도 같은 방법으로 아이들을 재워왔다.

하지만 B군은 계속 뒤척이며 이불 밖으로 기어 나왔고, C씨는 최후의 방법을 택했다. 엎드린 자세로 B군의 전신을 덮어 압박하기 시작했다. 작디작은 체구의 B군을 몸으로 눌러 압박하는 행위는 10여분간 이어졌다. B군은 7분째 정도부터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C씨는 7분을 더 압박했다. 그후 C씨는 약 3시간 동안 B군을 방치했다. B군은 아무런 고통조차 표현하지 못한 채 꺼져갔다.

B군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안 C씨는 119 신고와 함께 인공호흡을 했지만, B군은 이미 세상과 이별한 때였다.

C씨의 B군 학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등원 둘째 날부터 잠을 재우려 엎드려 있던 B군의 머리와 몸 등 신체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등 일주일 동안 모두 25차례 걸쳐 학대를 했다.

B군 외 다른 아동 2명에게도 밥을 잘 받아먹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밀쳐 넘어뜨리거나 머리를 쥐어박는 등 학대를 일삼았다.

어린이집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A씨는 C씨가 B군을 내자식처럼 돌봐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일주일만에 비극으로 되돌아 왔다.

A씨는 같은 베트남 국적의 남편이 허리디스크 수술로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B군을 어린이집에 맡길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천륜을 끊어 놓은 C씨는 지난 2008년부터 14년 동안 해당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C씨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살해의 고의가 있다고 보고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C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선처를 바랐다.

검찰은 지난 3월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C씨에 대해 징역 30년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도 "아이를 지켜주지 못해 하루하루가 괴롭고 너무 고통스럽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변명하는 피고인에게 최대한의 처벌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수원지법 형사15부)는 그러나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C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아동학대살해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아동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학대를 지속했다. 피해 아동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고, 부모는 7개월 밖에 안 된 어린 자녀를 차가운 주검으로 마주했다.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부모는 평생 고통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오랜 기간 어린이집을 운영해 아동의 행동 특성을 잘 알면서도 아동을 억지로 재우려 했다. 원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학대행위를 반복했다"며 "범행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동기와 방법 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 권고형에서 정한 최상한으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B군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선고 재판을 방청한 A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법정을 나섰고, 법원 건물을 나서면서는 보도블록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C씨는 '징역 19년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검찰 역시 맞항소에 나섰고, 사건은 다시 수원고등법원에서 다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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