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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에서 파도 찾아 울산 온 청년 서퍼들…"'물멍' 하기 좋아요"

울산에서 서핑·일하는 삶
"바다에선 잡생각 없어져"

[편집자주]

타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근무하다 울산 진하해변으로 온 황하니, 장원호, 임수정 서퍼.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웨이브프릭 제공)
타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근무하다 울산 진하해변으로 온 황하니, 장원호, 임수정 서퍼.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웨이브프릭 제공)

지난 4월 중순께 울산 울주군 진하해변 인근에 분식점을 연 황하니씨(30)를 진하해변으로 불러들인 것은 '파도'였다.

황씨는 "일도 하면서 서핑을 마음껏 할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가게를 열게 됐다"며 "가게 문을 열기 전과 브레이크 타임에 서핑을 하고 돌아와 다시 일한다"고 말했다.

20일 황씨가 운영하는 분식점 '명선분식'을 찾았다. 가게 한쪽 벽면에 설치된 거치대 위에는 3m 길이의 분홍색 테두리 디자인의 서프보드가 놓여있었다.

황씨는 "손님들이 서핑보드를 만져보고 '서핑을 하느냐'고 묻는 게 일상"이라며 "영업시간에 파도가 치면 서핑이 너무 하고 싶지만 참고 일해야 하는 게 흠이라면 흠"이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황씨는 울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부산에서 서비스직에 일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2년, 울산에서 4년 등 총 6년의 직장인 생활 끝에 자영업자가 됐다.

전업의 결정적 계기는 '서핑'이었다. 서핑을 더 많이 하기 위해 진하해변에 가게를 차리게 됐다는 것이다. 황씨는 거주지도 현재 울산 북구에서 조만간 진하해변 인근으로 옮길 계획이다.

황씨는 서핑의 매력에 대해 "바다는 '물멍(물을 멍하게 보는 것)' 하기 좋다"며 "파도를 기다릴 때면 다른 잡생각이 사라져 기분전환이 된다"고 말했다.

파도를 찾아 진하해변으로 온 청년은 황씨뿐만 아니다. 진하해변의 서핑샵 '코코넛라이프' 사장 장원호씨(35)도 마찬가지다.

부산 출신인 장씨의 본업은 목수였다. 하지만 2015년부터 진하해변의 모 서핑샵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 초 자신의 서핑샵을 차렸다.

장씨는 "서핑을 접하고 진하해변이라는 장소를 알게 됐는데 조용하고 파도 질도 좋았다"며 "부산 송정해변보다 자연 친화적이고 한적해서 서핑하기에 더 좋다"고 말했다.

장씨의 서핑샵을 이용하는 고객은 비단 울산 주민뿐만이 아니다. 장씨는 "부산보다 울산 접근성이 더 좋은 대구, 경주, 마산, 창원 서퍼들이 진하해변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다만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장씨 역시 서핑의 매력으로 '무념무상'을 꼽았다. 장씨는 "서핑을 하면 정말 여유롭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바다에서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하해변에서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 뒤로 명선도가 보인다. (웨이브프릭 제공)
진하해변에서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 뒤로 명선도가 보인다. (웨이브프릭 제공)

기자 역시 서핑 때문에 15년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본가인 울산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는 주말에만 강원도 양양까지 2시간 30분 차를 타고 가야 서핑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울산 집에서 진하해변까지 차량 이동 시간은 단 25분. 파도가 칠 때면 서핑 후 출근할 수도 있다.

서핑은 주말에만 할 수 있었던 특별한 취미활동에서 일상이 됐다. '왜 울산에 왔느냐'는 질문에는 항상 "더 많이 서핑하기 위해서 왔다"고 대답한다.

울산 진하해변은 해수욕장 기간 하루 최대 200명의 서퍼들이 찾는 인기 '서핑 스팟'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는 명선교~명선도 구간 전체가 레저구간으로 확대 운영되면서 더 많은 서퍼들이 진하해변의 매력을 만끽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진하해변 해수욕장 운영기간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62일간 개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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