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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건강] "전이성 유방암 편견 깬 약 있지만 아직 비싼 게 안타까워"

암이 혈액을 통해 여러 장기에 영향…더 진행되면 말기 이르러
건강보험 안돼 부담…5만명 청원의 힘, 이달 3일 첫 관문 통과

[편집자주]

신갑수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 A씨(59)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갑수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 A씨(59)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집에서 지낼 수 있어 식사도 잘하게 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습니다. 약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덕분이에요. 그런데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싸요. 제약사가 약값 일부를 지원해 주지만, 가격이 좀 더 낮아지면 많은 환자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암이 뇌와 폐는 물론, 간까지 전이된 유방암 환자 A씨(59)는 최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뉴스1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때는 학원강사로 일하며 주부로서도 건강했으나, 3년 전쯤 오른쪽 가슴에 뭔가 튀어나온 게 만져져 검사 후 유방암 2기로 진단을 받았다.

A씨에게 암은 야속한 존재였다. 수술 후 6개월 차에 암이 뇌와 폐에 전이됐고 재발했다. 다양한 약으로도 효과가 없었다. A씨의 주치의인 신갑수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이 공격적이었다. 수술 및 뇌전이 후유증으로 인해 말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엔허투 첫 투약 1주일도 안 돼 발음이 확연히 좋아졌다. 지금은 통원 치료를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소개했다. 인터뷰 당일은 A씨가 엔허투를 5번째 맞는 날이었다. 지난 2월 처음 투여받곤, 3주 1회 간격으로 병원에 들러 이틀 정도 입원한 채 약을 맞고 있다.

신갑수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신갑수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뇌에 암 전이된 A씨, 말도 어눌했는데 긍정적 효과 점차 확인

국내 여성 암 중 가장 흔한 암인 유방암은 예후가 비교적 좋다고 알려졌지만, 전이성 유방암은 예외다. 신 교수는 "유방암의 병기를 0~4기로 분류하는데, 보통 4기가 전이성 유방암이다. 전이성이란 암이 원래 발생했던 위치에서 혈액을 통해 다른 장기까지 진행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이성 암은 완치가 어렵더라도 치료받아 병을 조절하면 큰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전이성 암이 더 진행돼 치료하더라도 효과를 보기 어렵고, 일상을 보내기 힘든 상태가 말기 암"이라며 "전이성 유방암은 약으로 조절해 생존 기간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게 가장 주된 목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방암은 수용체 유무에 따라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HER2(허투) 양성 유방암, 삼중음성 유방암으로 구분한다. 그중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는 전체 유방암 환자 중 약 20%다. 진행이 빠르고 전이가 잘 되는 등 공격적인 유방암"이라고 털어놨다.

신 교수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 고전적인 세포독성항암제와 항 HER2 요법이라는 것을 병용하는 게 현재의 표준 치료법이다. 1차 표준 치료법을 하다가 반응이 없고 병이 진행되면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엠탄신)라는 약을 사용해 왔으나, 최근 엔허투가 등장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2년 9월 국내 허가된 엔허투는 특정 단백질을 표적 하는 항체에 암세포를 사멸하는 약물을 연결한 항체 약물 접합체(ADC, Antibody Drug Conjugate)다. 항체와 HER2 단백질이 과발현된 표적 암세포에 결합하면 항체에 연결된 항암제가 암세포 안으로 이동해 암세포를 사멸한다.

치료 효과는 극대화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기전이다. 쉽게 보면 폭탄을 담은 전투기가 목표를 정확히 겨눈 채 폭탄을 내부로 전달해 터뜨리는 방식이다. 따라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1차 요법으로 조절이 안 될 때 엔허투 투여를 권하고 있다.

엔허투는 임상3상 연구(DESTINY-Breast03)를 통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기존 2차 치료제인 캐싸일라(6.8개월) 대비 4배 이상 긴 28.8개월의 무진행 생존 기간을 확인했으며 질병 진행이나 사망 위험을 72% 낮췄다.

그는 "다른 장기로 전이, 특히 뇌전이에 효과가 있는 HER2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가 부족하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었으나 엔허투는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서도 약 60%의 반응률을 보인다. '치료가 어렵다'는 편견을 깬 약"이라며 "다른 약과 달리, 엔허투의 임상시험 참여 환자 중 동양인 비중이 높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1회에 수백만원…엄두 못내, 못 쓰는 환자 여전히 많아 안타까워

A씨를 비롯해 효과가 확인된 사례는 더러 있다. 호스피스 치료를 권유받고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던 신 교수의 또 다른 환자도 1주일이 채 되지 않아 혼자 설 만큼 뇌전이 증상이 개선됐다. 그는 "편견을 깬 치료제로 표현될 이유를 임상 의사들은 다들 알고, 환자들도 잘 알고 있다"고 거론했다.

다만 아직 비급여에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1회 주사에 수백만원이 들어 환자들이 사용하기에 부담스럽다. 지난 2월에는 국민청원 사이트의 '엔허투 급여 요구 청원'글이 게시 3일만에 5만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이달 3일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증(암)질환 심의위원회에서 급여기준이 설정돼 첫 관문은 통과했다. 앞으로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의 약가 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야 건강보험에 적용된다.

신 교수는 "투약하면 좋은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큰데도, 못 쓴다는 게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실제로 다른 대안이 없는데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다. 편견을 깬 치료제로 표현되듯, 건강보험이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편견까지도 깨 신속히 급여 적용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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