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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전술핵, 나토 코앞에 배치…우크라 지원 방해·나토 확장 저지 나서

벨라루스에 전술핵 이전…우크라 대반격 준비와 겹쳐
서방 지원 방해 의도…실제 사용 않겠지만 위협 커져

[편집자주]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왼쪽) 벨라루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3.4.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왼쪽) 벨라루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3.4.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벨라루스가 러시아로부터 전술 핵무기를 받아 자국으로 인도하는 작업을 시작한 가운데 그 의미와 향후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대응에 관심이 모인다.

그동안 러시아가 시사한 대로 실제 전술핵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을 멈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로) 핵무기 이전이 시작됐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관련 법령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줄곧 서방이 핵 위협을 하고 있으며 자국 영토 보호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러시아의 최대 우방국이기도 하다.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예고하는 시점과 맞물려 이어졌다고 알자지라는 분석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시사하는 등 우크라이나에 서방 지원이 몰리는 와중에 러시아가 전술핵이라는 카드로 이를 방해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핵탑재가 가능하며 기존 방공망을 뚫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최신예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M' 미사일 발사대가 지난 5월 7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전승절(5월 9일 독소전쟁 승리 77주년) 열병식 리허설을 진행하는 모습. 2022. 5. 7.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핵탑재가 가능하며 기존 방공망을 뚫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최신예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M' 미사일 발사대가 지난 5월 7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전승절(5월 9일 독소전쟁 승리 77주년) 열병식 리허설을 진행하는 모습. 2022. 5. 7.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특히 '전략핵'이 아닌 '전술핵'을 배치한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전장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전술핵은 전략핵보다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작은 핵무기를 일컫는다. 전략핵은 도시나 산업시설 등 전쟁수행 능력 자체를 파괴하는 핵무기로 수백kt~Mt(메가톤) 위력의 핵무기다.

전술핵은 국지적인 전투에서의 승리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무기로 러시아는 2000여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 올레 즈다노프는 알자지라에 "푸틴 대통령은 핵확산으로 협박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수품 지원을 막고 전쟁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며 "벨라루스에 배치되는 전술핵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지속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고 설명했다.

싱크탱크 독일마셜기금(GMF)의 브루노 레테 안보·국방 선임연구원은 독일 도이치벨레(DW)에 벨라루스 핵 배치는 유럽과 나토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러시아가 미국과의 핵군축협정인 '뉴스타트'를 탈퇴한 이후 아무런 검증 없이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게 돼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가 배치되면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더 빨리 타격할 수 있어 나토의 대응력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테 연구원은 "(벨라루스 핵 배치로) 나토의 대응 시간이 더욱 짧아지기 때문에 나토는 이미 하고 있는 핵 '억지(deterrence)'를 계속하거나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할 수 없도록 핵 '강제(coercion)'에 돌입할 수 있다"면서도 "나토는 아직 핵 억지를 계속할 것"이라 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러시아 국방장관이 2022년 2월 3일(현지시간) 민스크에서 빅토르 크레닌(오른쪽) 벨라루스 국방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러시아 국방장관이 2022년 2월 3일(현지시간) 민스크에서 빅토르 크레닌(오른쪽) 벨라루스 국방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억지'란 무력의 위협을 통해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강제'는 이런 위협을 통해 상대방이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뜻한다.

즉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벨라루스에 배치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작아 나토가 현상유지 차원의 대응으로 일관할 전망이라는 지적이다.

AFP통신은 "푸틴의 발표는 핵 갈등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지만, 전문가들과 정부들은 이번 조치가 갈등의 흐름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오아나 룬게스쿠 나토 대변인은 "러시아의 핵 수사(修辭)는 위험하고 무책임하다"면서도 아직 러시아의 핵 태세에 어떤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이번 결정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보여준 가장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아직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은 포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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