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턱밑까지 쫓아온 日…56년史 韓 카지노 산업은 '걸음마'[카지노는 관광이다]

"카지노 산업, '색안경' 낀 시선 탓에 10년 내 국부 유출 우려"
관광 진흥 효자인데 사행산업으로만 치부…해외선 관광 '먹거리'

[편집자주] 국내 카지노 산업은 K-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단순히 사행산업으로만 치부되고 있다. 다양한 규제에 막혀 성장하지 못하는 사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고, 이제 막 카지노 산업에 진출하는 일본에 조차 추월당할 위기다. 한국은 K-관광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쥐고도 부작용부터 걱정하느라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뉴스1>에서는 '색안경'을 벗고 K-관광의 새로운 병기가 될 수 있는 카지노를 재조명한다.

세븐럭 카지노 서울드래곤시티점(GKL 제공)
세븐럭 카지노 서울드래곤시티점(GKL 제공)
 
국내 카지노 업계가 위기다.

국내 카지노 산업이 시작한 지 어느덧 5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세월이 무색하게 정책이나 시장 규모 면에서 걸음마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앞으로 카지노에 갓 진출하는 일본에 10년 내 추월당할 위기에 놓였다.
 
최근 일본 정부는 제2의 도시인 오사카에 2029년 개장을 목표로 첫 카지노를 세우는 계획을 인가했다. 약 1조엔(약 9조1200억원)을 들여 카지노와 호텔 3개, 국제회의장 등을 세우고, 연간 방문객 2000만명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에 따르면 일본 복합리조트 개장으로 연간 이탈하는 내·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770만명, 누출액은 약 2조76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일본의 카지노 진출로 국부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日 카지노 진출 땐 관광객 이탈 불가피한데…한국은 여전히 태평

일본의 카지노 진출로 인해 우리나라 카지노 산업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 시장이자 우리나라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시장이다. 일본 불매운동인 '노재팬' 이전인 2017년엔 방일 한국인 관광객 수는 사상 처음으로 70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카지노업관광협회가 2018년 일본 카지노 VIP 고객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일본 카지노 진출 시 한국 방문이 줄어들 것 인가?'라는 질문에 30.6%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경우는 52.9%, '그저 그렇다'가 16.5%였다. 그러나 이는 일본인 특유의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그렇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중국·대만 VIP 고객은 24.6%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32.3%가 '그렇지 않다', 43.1%는 '중립적'이라고 답했다.

또 내국인 해외여행객 중 35.4%가 '일본 카지노 개장 시 방문 의사가 있다'고 답했으며 연평균 예상 방문횟수는 1.3회로 나타났다.

카지노업계 A관계자는 "일본도 해외 자금 유출로 경제가 어렵다보니까 카지노의 중요성이 커졌다.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한국을 금세 따라 잡을 수 있다"며 "전 세계 카지노 시장에서 한국은 속도 면에서 아주 천천히, 아장아장 걸어가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맨즈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카지노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2017.1.13/뉴스1 © News1  
사진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맨즈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카지노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2017.1.13/뉴스1 © News1  
 
◇ 관광진흥에 효자 노릇하는데…정책에선 '뒷전'

국내에서 카지노는 '도박'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탓에 사행산업으로 분류돼 과도한 확산 방지를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아 성장을 방해 받아 왔다. 영업장 수와 매출액 규모부터 방문일 수, 베팅 한도, 자격 제한 등 다양해다.

카지노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복합 리조트 2개를 보유한 싱가포르의 카지노 관련 매출은 37억달러(약 5조원)에 달했다. 마카오는 2724억파타카(약 48조5000억원), 필리핀은 2507억페소(약 5조9000억원) 규모다.

반면, 국내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전체의 매출액은 강원랜드(1조4800억원) 한 곳에도 못 미치는 1조4400억원에 불과하다.

카지노 업계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엔 대세로 떠오른 비대면 마케팅을 펼칠 수 없어 고사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관광진흥법 28조에선 '허가 받은 전용영업장 외 영업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당시 업계에서 개정안을 내세웠지만, 번번이 국회에서 좌초됐다.

그러나 정책에서 뒷전에 놓였던 카지노업은 사실상 우리나라 관광업에 기여하는 바는 크다. 우리나라에서 영업하는 17개 카지노 영업장 가운데 강원랜드를 제외하고 나머지 업장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벌어들이는 외화는 관광외화수입의 평균 6%를 차지하는데 업체 1곳당 관광 외화 수입을 일반 관광사업체와 비교하면 약 129배나 된다. 카지노업은 관광산업 분야에서 유일하게 영업손익과 상관 없이 매출액의 10% 내에서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납부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관광 산업이라는게 전 세계 트렌드에 맞춰서 빨리 치고 나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 카지노법은 후진국들보다도 한참 뒤떨어져 있다"며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지만, '놀음판' '사행성'이라는 이미지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고객친화적인 불법 도박 키우는 판 
 
카지노 업계에서는 카지노 영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도박 몰입도를 높이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고객친화적'인 불법 오프라인과 온라인 도박장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경마, 보트 경주, 복권, 사이클링 등의 도박이 한국에서 허용되지만, 카지노에서 도박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해외 또는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이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주차된 고객 차량들에 대놓고 불법 도박 업체들이 홍보 전단지를 뿌리기도 했다"며 "당시 상당수 고객이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 불법 도박 시장은 나날이 커지는 추세다. 김승수 국회의원이 23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온·오프라인 불법도박 단속 건수가 10만9871건으로 그중 온라인 불법도박 단속만 99%인 10만8824건에 이른다.
연관 키워드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