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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적' 나발니 사망 보고받아…서방은 '야권 탄압' 규탄(종합)

시베리아 이감 두달만에 돌연사…블링컨 美국무 "푸틴의 부패 보여줘"
獨·英 총리 "용기있는 민주인사"…유가족 "사망 통보받지 못해했다"

[편집자주]

2019년 9월 러시아 야당 지도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알렉세이 나발니가 모스크바에서 열린 집회에서 정치범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연설을 벌이는 모습. 2019.9.29.©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2019년 9월 러시아 야당 지도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알렉세이 나발니가 모스크바에서 열린 집회에서 정치범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연설을 벌이는 모습. 2019.9.29.©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폭로했던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6)가 러시아 대선을 한달 앞둔 16일(현지시간) 시베리아의 교도소에서 숨진 가운데 푸틴 대통령도 사망 사실을 즉각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도소 이감 두달 만에 나발니가 의문사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명백한 야권 인사 탄압이라고 규탄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교정당국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나발니가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크주 제3교도소(IK-3)에서 수감 도중 이날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성명에서 나발니가 산책 후 의식을 잃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됐고, 출동한 의료진이 30분간 응급처치를 시도했지만 소생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현재 사인 규명에 착수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의 사망 소식을 보고 받았으며 사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알렸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랄연방관구의 첼랴빈스크를 방문해 노동자들을 만났는데, 나발니의 사망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의 입에서 나발니의 이름이 오른 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나발니의 사망 소식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독일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그의 아내와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한 남성에 대한 집착과 공포는 푸틴이 구축한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하고 부패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직격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공영 라디오방송(NPR)와의 인터뷰에서 "후속 조치를 결정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사실이라면 매우 끔찍한 비극이며 러시아의 오랜 정적 제거 역사를 고려할 때 많은 의문을 낳는다"고 꼬집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독극물 공격 이후 독일에서 회복 중이던 나발니를 베를린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고국으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큰 용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는 그 용기에 대한 대가를 목숨으로 치렀다"고 개탄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엑스에 BBC방송의 속보를 공유하며 "끔찍한 소식이다. 러시아 민주주의의 가장 열렬한 옹호자였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한평생 용기를 보여줬다"고 애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엑스에 "나발니의 사망 소식에 깊은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푸틴은 자국민의 반대를 두려워할 뿐이다. 독재에 맞서는 사람들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단결하자"고 적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뮌헨 안보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국민 수천명이 "한명의 괴물에 의해 사망한 것처럼 나발니 역시 푸틴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분노했다.

한편 유족들은 이날 나발니의 사망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반 즈다노프 나발니 대변인은 이날 엑스를 통해 "유족들이 24시간 이내에 그의 사망 사실을 통보받아야 하지만 아직 이러한 통보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는 러시아 신문 노바야 가제타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위로의 말도 듣고 싶지 않다"며 "지난 12일 감옥에서 면회했을 때만 해도 건강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나발니는 러시아에 몇 안 되는 야권 정치인이자 반(反)정권 평론가로 푸틴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분류된다. 2010년 블로그를 통해 국영기업 비리를 폭로하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2013년에는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서 27%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젊은층의 지지를 받은 덕분이다. 그러나 2018년 대선에서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다.

2020년 8월 지방선거 지원 유세를 마친 나발니는 시베리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가던 도중 독극물 중독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독일 베를린에서 치료를 받아 의식을 회복했다. 이듬해 1월에는 입원 도중 영상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흑해 연안에 총 13억 달러(약 1조6000억원)를 들여 초호화 비밀궁전을 지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이로 인해 극단주의·사기·법정 모독 등의 혐의로 도합 징역 30년을 선고 받아 모스크바 외곽의 제6교도소(IK-6)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12월 측근들과 연락이 두절되며 행방이 묘연해졌다. 푸틴 대통령이 오는 3월 다섯번째 대선에 출마한다고 공식 선언하기 불과 이틀 전이었다. 이후 행방불명 20일 만에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크주 하르프에 자리한 제3교도소(IK-3)로 이감된 사실이 측근을 통해 전해졌다.

알렉세이 나발니가 2022년 5월 모스크바의 IK-2 교도소에 수옹된 모습. 2022.5.17.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2022년 5월 모스크바의 IK-2 교도소에 수옹된 모습. 2022.5.17.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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