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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맛에 시간의 깊이를 더하다"…와인에 대한 인문학적 대화

[신간] '와인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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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역사'(한울 제공)
'와인의 역사'(한울 제공)

미국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로 같이 일하는 인류학자인 이언 태터솔과 분자생물학자인 롭 디샐이 와인의 역사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와인의 발상지로 알려진 아르메니아의 '아레니-1' 유적에서 시작한다. 이곳은 핵폭탄 공격이 발생할 경우 주민을 대피시킬 곳을 조사하다가 발견한 인류의 포도에 대한 열망을 간직한 장소다.

아레니-1의 양조장은 공동묘지 안에 위치해 포도 발효 음료가 장례 의례에 사용됐음을 알려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와인이 영적인 상징이자 사치와 계급의 상징이었다. 로마제국은 포도 재배와 와인 재배 매뉴얼을 만들어 세계에 전파했다. 이후 와인은 그리스도교에서 '물화된 예수의 피'로서 성찬식을 상징하는 음료가 됐다.

저자들은 발효라는 화학반응을 설명하기 위해 원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색, 향, 맛, 알코올 함량을 결정하는 화학물질과 효소의 상호작용, 포도의 겉과 속, 발효조에 서식하는 여러 미생물의 상호작용, 주변 환경을 비롯해 나무에 서식하는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의 결과가 와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수많은 학문을 넘나들며 와인의 역사를 상세하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인류가 술을 마시는 이유, 19세기 말부터 퍼지기 시작해 와인 산업을 파멸에 이르게 했던 필록세라, 포도나무를 둘러싼 환경의 총체 테루아, 알코올 중독의 유전학, 테루아를 결정하는 기후의 중요성과 기후변화로 인한 포도밭의 미래까지 다양한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 와인의 역사/ 이언 태터솔·롭 디샐 글/ 허원 옮김/ 한울/ 2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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