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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같은 회화, 회화 같은 드로잉…성곡미술관, 김홍주 개인전

팔십 평생 화업 조명…5월 19일까지

[편집자주]

무제, 비단에 펜과 아크릴, 35x110cm, 1980년대말 © 뉴스1 © News1 김일창 기자
무제, 비단에 펜과 아크릴, 35x110cm, 1980년대말 © 뉴스1 © News1 김일창 기자

작가가 드로잉만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경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리 흔치 않다. 그럼에도 수십 년 동안 드로잉과 회화의 경계에 머무름으로써 '드로잉으로서 회화', '회화로서 드로잉'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김홍주 작가. 그가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오는 5월 19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전시명은 '김홍주의 드로잉', 본질 그대로다.

전시는 김홍주의 회화를 드로잉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의 팔십 평생의 화업을 돌아본다. 김홍주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오직 예술 안에서 찾으려 한 순수 예술론자로서 그의 예술적 열정은 도가적 우주론과 닮아있다.

김홍주는 세필의 가는 선과 점을 무한히 반복해 겹겹이 쌓아 올리며 작업한다. 이때 세필의 그리기는 화면의 천이나 종이와 부딪히며 특별한 감각을 창조해 내는데, 바로 그어진 선들과 지워진 것들, 문질러 드러나는 얼룩 등과 같이 드로잉 고유의 감각과 동일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회화를 '드로잉 같은 회화', '회화 같은 드로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김홍주의 독특한 그림 그리기는 전통 회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색채의 콘트라스트라든가 원근화법을 따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재를 재현하거나 심상을 표현하는 데 골몰하지도 않는다. 드로잉 그 자체만 남겨질 뿐이다. 액자에 넣어지지도 않고 캔버스 천 그대로 화이트큐브에 걸리는 것도 본질의 연장선일지 모른다.

김홍주는 캔버스 천의 가벼운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투명한 바인더로 엷게 밑칠을 하고 드로잉을 하듯 그려나간다. 가는 세필로 묽은 수채물감을 찍어 몇 날 며칠 그리다가 그대로 미뤄놓고 또 며칠 후에 손을 대기도, 몇 달 후에 다시 꺼내 그리며 때로는 해를 넘기기도 한다.

그의 작업에서 겹겹이 중첩된 수백 수천 개의 선들을 통한 시각적 모호성은 시각의 즉시성과 전체성을 거부하게 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시간의 흐름을 중시하고 촉각적인 가려움을 유발하는 듯하다. 보이는 것과 느껴지는 것의 차이도 불명확하다. 김홍주는 이것이 인간의 삶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계속 그림을 그린다.

이렇듯 김홍주에게 미술이란, 회화란 인생을 살아가는 도구이기도 목적이기도 하다.

김홍주는 1945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1년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회화에 천착해 약 50년간 '그리기'를 이어왔다. 1981년 목원대 교수로 부임한 후 2010년 퇴임 때까지 약 30년간 교직 생활을 했다.

김홍주, 무제, 캔버스천에 아크릴릭, 159.6x340cm, 2013 © 뉴스1 © News1 김일창 기자
김홍주, 무제, 캔버스천에 아크릴릭, 159.6x340cm, 2013 © 뉴스1 © News1 김일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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