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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경력 쌓일수록 체내 중금속 증가…납·카드뮴 등 발암물질

국립소방연구원, 112명 3년간 추적조사
초장기 코호트 조사 돌입 "추후 소방관 보호 법률 마련"

[편집자주]

17일 충청북도 음성군 감곡면 오향리에서 산불이 발생해 불길이 번지는 모습.  (산림청 제공) 
17일 충청북도 음성군 감곡면 오향리에서 산불이 발생해 불길이 번지는 모습.  (산림청 제공) 

근속년수가 늘어나면서 중금속 등 소방관들의 체내 유해물질 농도도 뚜렷하게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금속은 오래 전부터 소방 공무원의 직업병과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정됐으나 국내 코호트 추적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입증된 것은 처음이다.

22일 국립소방연구원의 '2023년 화재안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소방관 112명에 대한 3년의 코호트 연구 결과 이들의 혈중 중금속·과불화화합물 농도가 해가 지날수록 뚜렷하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금속과 과불화화합물은 과다 노출될 경우 암, 고혈압, 당뇨, '이타이이타이병' 등을 유발한다. 질환을 앓는 소방 공무원의 '직업병' 여부를 판단할 때 중금속 노출 정도가 여러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됐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소방 공무원이라는 직업과 유해물질 노출을 연관시켜 분석할 수 있는 학술적 근거는 부족했다.

연구원은 소방관이 노출되는 유해물질과 질병간 연관성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2021년 서울·경기 소방학교 졸업생 361명을 대상으로 이번 코호트 연구를 시작했다. 코호트 연구란 동일 집단을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연구 방식이다.

2021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12명이 3년 연속 참여한 조사 결과 혈중 납 농도는 0.72 ㎍/dL, 0.91 ㎍/dL, 1.00 ㎍/dL으로 3년에 거쳐 뚜렷하게 증가했다.

직업적으로 납에 노출되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 등에서는 납 농도와 나이가 명확한 인과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관측된 납 농도의 증가가 상당 부분 소방관으로서의 직업 활동과 상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혈중 카드뮴 농도도 0.34 ㎍/g creat., 0.41 ㎍/g creat., 0.53 ㎍/g creat.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과불화화합물 16종도 근속년수에 따라 혈중 농도가 증가했다. 'PFOA'는 4.26㎍/L, 4.57 ㎍/L, 6.37 ㎍/L, 'PFOS'는 4.39 ㎍/L, 4.61 ㎍/L, 5.81 ㎍/L의 증가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납·카드뮴과 대부분의 과불화화합물이 경력에 따라 유의하게 증가한했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더욱 장기적인 코호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화재현장에 출동한 회수, 화재현장에 머무른 시간 등의 변수까지 분석 범위에 포함해 소방 공무원으로서의 업무 경험과 질병 간 상관 관계를 명확히 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코호트 조사가 소방관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법률이나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중요한 자료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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