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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그만두고 귀농 10여년 만에 '연매출 7억'…딸기의 기적

[농촌 걸크러시] 보성 싱싱농원 김소영 대표
귀농 15년차…"농촌서도 돈 벌 수 있다는 확신"

[편집자주] 당찬 매력을 지닌 여성. 우리는 '걸크러시'라 부른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농촌에 부는 걸크러시 바람도 강력하다. 뉴스1과 전남도농업기술원이 공동으로 이들 여성농업인들의 성공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농촌 걸크러시'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보성 싱싱농원 김소영 대표가 딸기모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News1
보성 싱싱농원 김소영 대표가 딸기모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News1

농민들은 대체로 변화를 두려워하는 편에 속한다. 관행농법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전환은 무척이나 더디다. 정부가 쌀 수급안정을 위해 작목을 바꾸라고 권장하지만 이를 수용한 농민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발 빠른 변화로 1차산업인 딸기를 6차산업으로 확대해 '억대부농'을 일군 여성 농업인이 있다. 농촌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남 보성군 조성면에서 딸기재배와 체험농장 등을 운영하는 싱싱농원 김소영 대표(43‧여)가 주인공이다.

서울에서 금융회사에 근무하다 2010년 10월 남편의 고향인 보성으로 귀농한 그는 귀농 10여년 만에 연매출 7억 원을 일궜다.

김 씨 부부와 싱싱농원을 이끌어가는 직원은 현재 5명. 농장의 규모는 딸기 재배시설 1300평, 베이킹 체험장과 공장 150평, 보성군 회천면 소재지에 자리한 딸기모찌 판매장 '쏘롱이네 딸기모찌' 등이다.

김 씨는 이곳에서 지난해 연매출 7억 원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8억 원에서 9억 원까지 내심 기대하고 있다.

작은 딸기농장인 싱싱농원에서 이같은 억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짓는 농사'에 머무르지 않고 2차 가공품을 만들고 6차 산업을 도입한 발 빠른 변화에 있다.

소영 씨 부부가 귀농과 함께 시작한 건 주변에서 많이 재배하는 방울토마토였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의 교육을 이수하면서 창업자금을 받아 방울토마토 농사를 시작했다.

일찍부터 전자상거래를 도입하고 소비자들과 직거래를 시작하면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어린이들이 보성 싱싱농원에서 딸기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 News1
어린이들이 보성 싱싱농원에서 딸기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 News1

대부분 농가들이 수확한 토마토를 중간상인에게 넘기거나 공판장으로 내다 파는 것과 달리 소영 씨 부부는 일찍부터 전자상거래에 눈을 떴다.

농사 초기부터 소비자들에게 소포장 직거래를 했고 당일 아침 수확한 영상을 소비자들에게 보내 신뢰도를 높이면서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체험농장으로 변신은 '돈이 되는 농업'을 만드는 발판이 됐다.

소영 씨 부부는 토마토 농사 4∼5년 만에 딸기로 작목을 전환했다. 주변 농가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발 빠르게 또 한번 변신에 나섰다. 짓는 농사만으로는 수익창출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장님! 여기서는 체험농장 안 하세요?"라는 방문객들의 질문이 작목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체험농장을 고민하던 차 전남농업기술원이 주관하는 '팜파티'(도시민이 직접 농촌을 방문해서 농촌의 문화를 즐기는 파티)에 참여하게 된 것은 결정적 계기가 됐다.

"팜파티 성공사례를 듣는데 큼직한 무엇이 내 머리를 강하게 때리는 느낌이 들었다. 농촌에서도 이런 자원을 가지고서 돈을 벌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심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 소영 씨 부부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딸기로 작목을 전환하고 농장도 확대해 학교단위 체험이 아닌 '돈이 되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가족단위 체험학습에 포커스를 맞췄다.

전략은 먹혔고 체험농장이 국도변에 자리한 지리적인 이점에다 농장 가까이 차량 40여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터도 있어 체험장 운영은 입소문을 타고 활기를 띠었다.

보성 싱싱농원 베이킹 체험장 '그로우 글로우'. © News1
보성 싱싱농원 베이킹 체험장 '그로우 글로우'. © News1

그러나 '1시간 딸기체험'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두 번째 변신 역시 손님들이 던져준 퀘스천에 대한 소영씨의 진지한 고민에서 성사됐다.

주말이면 하루 평균 500명이 몰려오는 데 마땅히 쉴 공간도 부족하다는 걸 감지하고 비닐하우스 내 100평 공간의 딸기를 걷어내고 휴식공간으로 꾸몄다.

"1시간의 체험학습을 끝내고 와서는 '사장님 이게 끝이에요?'라고 묻는데 더 할 게 없느냐는 여운을 줬고, 그걸 저는 손님들이 저희한테 주는 퀘스천이었고, 우리는 즉시 뭘 더 해드려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소영씨는 추가적인 프로그램 확보에 나섰고 가족들이 먹기 위해 만든 유기농 딸기주스가 인기를 얻자 한정판매를 시작했고, 딸기잼 만들기 체험프로그램, 초코퐁두 체험 프로그램을 잇따라 도입했다.

수익 확대를 위한 고민도 이어졌다. 1만 원을 받는 체험학습에 머물지 않고 이른바 객단가를 높이는 방안으로 '베이킹 체험장'도 만들어 운영을 시작했다.

"딸기는 베이킹과 제일 잘 어울리니까 케이크 만드는 체험으로 들어왔을 경우에 3만 원에서 5만 원 대로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이 직접 대구의 제빵명인한테 가서 6개월 동안 빵과 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워왔죠."

잘 나가던 싱싱농원에도 위기는 있었다. 바로 코로나19 창궐이었다. 체험학습이 끊겨 수익은 없었고 함께 일하는 8명 직원들의 월급조차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농촌 걸크러시] 보성 싱싱농원 김소영 대표. © News1
[농촌 걸크러시] 보성 싱싱농원 김소영 대표. © News1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였다. 고민 끝에 남는 딸기잼 등을 활용하는 케이크 체험키트 상품을 개발했고 이를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택배로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반응은 대박이었고 한 어린이 전문 웹사이트를 통해서는 2022년 크리스마스 시즌 1주일 동안 케이크 키트를 1억 원어치 팔았다.

이어 한 업체에서 다음 해 어버이날 시즌에 맞춰 1만개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들어오는 등 인기가 고공행진하면서 코로나19를 넘길 수 있었다.

사업이 궤도에 올라서면서 소영씨는 최근 보성의 주요 관광지 가운데 한곳인 회천면 율포해수욕장 인근에 딸기를 활용한 딸기모찌 판매점도 오픈했다.

율포해수욕장을 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마땅히 사가지고 갈 기념품이 없는 게 현실에서 딸기모찌 판매를 착안했다.

이곳에서는 소영씨가 전담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다.

"딸기 체험장은 시스템에 의해 돌아갈 수 있도록 구축했기 때문에 제가 매장에 나와 판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인터뷰 말미에 예비 귀농인들에게 당부하고픈 한마디만 해달라고 하자 그는 '브랜딩'을 강조했다.

"베이킹 체험장인 '그로우 글로우'는 브랜딩업체와 1년 동안 고민하면서 만들어냈다. 모든 상품에 이 로고를 붙여 출시한다. 우리 농장 체험학습을 다녀간 아이들은 이 브랜드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귀농 귀촌과 함께 브랜딩 작업에 힘들 쏟으시라. 무척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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