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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임금격차에 '근무여건' 반영하니…70.5→73.6% '축소'

여성·고령층, 직장 고를때 업무·육체강도 등 근무여건 중시
"향후 여성·고령 경활인구↑…노동시장 근무여건 개선해야"

[편집자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취업정보게시판의 모습. (자료사진) /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취업정보게시판의 모습. (자료사진) /뉴스1

연봉 외 유연한 근로조건 등의 근무여건(job amenity)이 양호한 일자리에는 여성·저연령·고학력 근로자가 주로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근무여건을 화폐 가치로 환산해 '임금격차'에 반영한 결과, 소득 불평등은 악화된 반면 성별 격차는 축소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23일 발간한 BOK이슈노트 '근무여건 선호와 노동시장변화'에는 한은 고용분석팀 이수민 과장, 오삼일 팀장의 이 같은 분석이 담겼다.

연구진은 유연한 근무조건, 업무 자율성, 발전 가능성 등의 비임금 만족감을 뜻하는 '근무여건'을 살피기 위해 먼저 △유연근무 △재택근무 △육체적 강도 △업무 강도 △업무 자율성 △업무 독립성 △발전 가능성 △직업보람 등 8개 항목을 추렸다.

이를 통해 직업별 근무여건 지수를 산출한 결과 △법률·감사 사무 종사자 △상품 기획·홍보·조사 전문가 △기타 전문 서비스 관리자 △법률 전문가 △디자이너 등이 근무여건 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런 직업은 육체 활동이 적고 유연근무, 재택근무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또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개인의 업무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근무여건 지수가 낮은 직업은 육체 활동이 수반되며 단순 반복 위주의 강도 높은 업무가 많았다고 보고서는 부연했다.

산업별로는 △정보통신 △금융보험 △교육 △전문과학기술 등에서 근무여건 지수가 높은 직업이 많이 분포했다. 임금 수준이 비교적 높은 제조업과 건설업은 업무 특성으로 인해 지수가 평균 아래였다.

(한은 제공)
(한은 제공)

근무여건 지수가 높은 일자리에 주로 종사하는 계층은 여성, 저학력, 고학력자였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여성과 고학력 근로자는 자신의 선호도가 일자리 선택에 대체로 부합한 반면 (비슷하게 근무여건 선호가 높은) 고령층은 낮은 교육 수준 등으로 취업 경쟁에서 밀려 근무여건 좋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낮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근무여건을 화폐적 가치로 환산해 소득 불평등도에 반영한 결과 소득 5분위 배율은 4.0에서 4.2로 증가해 소득 불평등이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로 고소득 근로자가 근무여건 좋은 직장을 다니는 상황 때문으로 풀이됐다.

반면 남성과 여성 간 임금격차는 남성 대비 여성의 상대임금이 70.5%에서 73.6%로 상승하면서 줄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여성이 근무여건이 양호한 일자리에 더 많이 종사할 뿐만 아니라 이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라며 "성별 임금격차 중 일부가 근무여건의 차이로 설명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보고서는 향후 경제활동인구에 여성과 고령층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노동시장 내 근무여건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근무여건은 향후 직업 선택 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근무여건 낮은 일자리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므로 국내 노동시장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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