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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라도 날만큼, 온통 '물방울'이었어"…김창열 '영롱함을 넘어서'展

김창열 작고 3주기, 철학보다 '물방울' 조형 자체에 집중
단색화 거장 정상화 화백 관람…갤러리현대서 6월9일까지

[편집자주]

김창열 작가의 개인전 '영롱함을 넘어서'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제공.
김창열 작가의 개인전 '영롱함을 넘어서'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제공.

김창열 작가의 작고 3주기를 맞아 그의 개인전 '영롱함을 넘어서'가 오는 6월 9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김 화백의 작품 세계에 관한 서사와 철학보다 '물방울' 조형 그 자체에 집중한다.

1969년 뉴욕에서 파리로 예술의 터전을 옮긴 김 화백은 파리 근교의 마구간에서 생활하던 1971년 어느 날 아침 재활용하기 위해 물을 뿌려둔 캔버스에서 물방울을 발견한다.

김 화백은 1976년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미술평론가 이일, 동료 작가 박서보와 나눈 대담에서 "캔버스를 뒤집어놓고 직접 물방울을 뿌려 보았어. 꺼칠꺼칠한 마대(麻袋)에 매달린 크고 작은 물방울의 무리들, 그것은 충분히 조형적 화면이 성립되고도 남질 않겠어. 여기서 보인 물방울의 개념, 그것은 하나의 점이면서도 그 질감은 어떤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새로움의 발견이었어"라며 "그것은 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물방울은 그 자체로 넘치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1972년 살롱 드 메(Salon de Mai)에서 그의 작품이 처음 소개된 후 초현실주의 시인 알랭 보스케는 "그의 물방울은 최면의 힘을 갖고 있다"고, 박서보는 김 화백의 작업실에 방문한 소감을 "집에 들어섰더니 사방의 벽이 온통 물방울로 가득 찼더군. 흘러내리면 집에 홍수라도 날만큼 말이야"라고 했다.

박 화백의 평처럼 이번 전시는 '물방울'이 흘러내릴 만큼 작품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왔던, 김 화백이 예술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반세기 이상 묵묵히 고심하며 실험한 물방울의 다양한 표면과 그것이 놓인 표면과의 관계, 즉 조형 언어의 여정을 충실히 살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갤러리 관계자는 "김 화백의 작품은 그간 수행과 성찰, 회귀, 그리고 전쟁으로 죽어간 많은 영혼에 대한 레퀴엠 등 서사를 품은 은유적인 언어로 읽히고 해석되면서 다뤄졌다"며 "평소 말수가 적고 묵묵히 작업을 했다는 김 화백의 그 성품이 이번 전시에 나온 다양한 '물방울'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작품 그 자체에 집중하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흔이 넘은 한국 단색화의 거장 중 한 명인 정상화 화백은 선배이자 동료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지난 26일 전시장을 찾았다. 정 화백은 작품 38점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서 김 화백을 추억하는 모습이었다.

갤러리현대는 1976년 김 화백의 초대전을 개최하며 그의 물방울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후 지난 2020년 생전 마지막 전시인 'The Path'까지 14번의 전시를 함께했다.

김창열 작가의 개인전 '영롱함을 넘어서'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제공.
김창열 작가의 개인전 '영롱함을 넘어서'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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