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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알리·테무 공습에도 '무사태평' 공직사회…국민안전 '빨간불'

[편집자주]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으로 대표되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습이 날로 거세지며 유통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포털은 물론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SNS를 중심으로 '광고 절반은 알리·테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하며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착한 가격'은 '절대선(善)'이다. 중국 이커머스, 이른바 'C커머스'의 가장 큰 장점이 가격이다. 바다 건너오는 물건들이지만 국내 업체들보다 확연한 비교우위를 보인다. 그러나 C커머스의 영업방식이 수요·공급 외 문제들을 다수 야기하고, 그 문제점들이 하나같이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으로 국내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위해·불법 제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점이 지적된다.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 제품에서 기준치를 300배 초과한 유해·발암 물질이, 장신구에서는 기준치의 700배에 달하는 중금속이 검출됐다. 요소수 대란이 벌어지자 이를 무력화하는 불법장치가 유입되기도 했다. 극히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한 조사란 점을 감안하면 위해·불법 제품의 유통 규모는 추정조차 어렵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초저가 미끼 상품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회원가입을 유도한 뒤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활용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시민단체들은 알리·테무를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나서며 심각성을 환기하고 있다. 엇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미국에선 틱톡에 이어 C커머스가 다음 퇴출 타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이다.

C커머스의 시장 잠식 부작용이 이처럼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지만, 정부의 대처는 굼뜨고 규제 칼날은 무디기만 하다. 법·근거 규정 미비에 경직된 공직사회 분위기까지 겹치다보니 위해·불법 해외직구 제품 대처를 두고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가 만연하다.

최근 규제부처 한 관계자와 만나 C커머스 대응 방안에 대해 물었더니 "중앙에서 총괄하는 사안인데 저희가 나서면 국무조정실에서 기분 나빠하지 않겠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부처 인사는 "그건 우리보다는 A 부처 소관 영역인 거 같다"고 했다. 현재 C커머스 대응 요구에 직면한 공직자들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관세청은 소포장으로 유입되는 천문학적 양의 직구제품 조사는 불가능하고, 검사·단속 여력도 없다고 항변하며 사실상 손을 놨다. 산업부 국표원과 공정위, 환경부 등 규제 부처들 역시 언론에 문제점이 지적되면 C커머스 업체에 '검색·판매 중단 협조' 공문을 보내는 수준의 대응에 그치는 실정이다.

C커머스 공습 부작용의 근본적 해결은 결국 법·제도 개선이다. 정부는 소비자와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서둘러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국무조정실 주도로 범부처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인데 더욱 속도를 내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시장 혼란을 잠재워야 한다.

과도기 기간 중 대응책도 시급하다. 종합대책이 나와도 이를 법제화해 현장에 적용하는 시점이 언제일지는 가늠할 수 없다. 제도 공백 기간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선 현 정부가 목소리를 높여온 부처칸막이 해소와 적극행정이 절실하다. C커머스가 우리나라 유통 생태계 재앙을 초래하는 '교란종'이 될지, 업계 혁신의 '메기'가 될지는 정부 대응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뉴스1 경제부 심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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