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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홍콩 ELS 악재에도…'금융 빅3' 신한-KB-하나 '1조 클럽'

수천억 ELS 배상에도 신한·KB·하나금융 순이익 1조원대 사수
"일회성비용 제외시 이자·비이자이익 등 견조한 성장세 유지"

[편집자주]

신한금융그룹 사옥 전경.
신한금융그룹 사옥 전경.

국내 3대 금융그룹인 신한·KB·하나금융이 초유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 악재에도 불구하고, 모두 1조원대 당기순이익을 지켜내면서 견조한 실적으로 선방했다. 이자·비이자이익이 고르게 성장한 데다 증권·보험·카드 등 은행 외 주요 계열사가 약진하면서 그룹 실적을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다만 은행 외 사업 포트폴리오가 빈약한 우리금융은 ELS 영향을 비껴갔음에도 순익이 8000억 원대에 그쳐, 유일하게 1조 원 클럽에 제외되면서 3대 금융그룹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 금융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 229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5800억 원)가량 감소한 수치다.

다만 시장에서는 사상 초유의 홍콩 ELS 손실 배상 등 일회성 비용을 감안하면, 주요 금융지주 실적은 선방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증권가에선 이들 금융지주의 순이익 전망치를 4조 970억 원으로 제시했는데, 실제 실적은 이를 넘어섰다.

이들 금융지주는 올 1분기 4대 홍콩 ELS 손실과 관련해 1조 3234억 원에 달하는 배상비용을 충당부채로 적립했다. 배상액은 KB금융이 8620억 원, 신한금융 2740억 원, 하나금융 1799억 원, 우리금융 75억 원 순이다.

KB금융그룹 사옥 전경.
KB금융그룹 사옥 전경.

그룹별 당기순이익을 보면 신한금융이 1조 3215억 원으로 가장 많아 KB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금융그룹 1위) 지위에 올랐다. KB금융은 8600억 원대의 ELS 배상에도 불구하고 1조원대(1조 491억 원)의 실적을 굳건히 지켜내며 2위에 올랐다. 하나금융도 1조 340억 원의 순익으로 1조원 클럽에 들었다. 우리금융은 ELS 배상액이 75억 원에 불과했으나, 순익은 8245억 원에 그쳤다.

1조 클럽을 지켜낸 3대 금융지주는 홍콩 ELS 배상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더욱 견조한 이익체력을 입증해 냈다.

신한금융의 1분기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한 2조 8159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자마진(NIM)도 그룹이 2.00%, 은행이 1.64%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각각 6bp(bp=0.01%p), 5bp 상승했다. 비이자이익은 1조 25억 원으로 전년보다 0.3% 증가했다.

KB금융의 순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11.6%(약 3276억 원) 증가한 3조 1515억 원을 기록했다. NIM은 그룹이 2.11%로 전분기 대비 3bp, 은행이 1.87%로 4bp 상승했다. 순수수료이익은 99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하나금융도 이자이익(2조 2206억 원)과 수수료이익(5128억 원)을 합한 핵심이익이 2조 73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3%(1132억 원) 증가했다. 1분기 NIM은 1.77%다.

하나금융그룹 사옥 전경.
하나금융그룹 사옥 전경.

이들 금융사는 대규모 충당부채에도 양호한 건전성을 유지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KB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6.54%, 신한금융은 15.8%, 하나금융은 15.27%로 집계됐다. BIS는 은행들이 8% 이상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3대 금융지주는 실적 결실을 주주들과 나누기 위해 일제히 통 큰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KB금융은 업계 최초로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했다. 연간 배당 총액을 1조 2000억 원 수준을 유지하면서, 매분기 약 3000억 원씩 배당하는 방식이다. 신한금융은 1~3분기 총 4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4분기에도 추가 소각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나금융도 연초에 발표한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2분기 이내에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시장은 즉각 환호했다. 지난 26일 KB금융지주 주가는 10% 가까이 상승하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위에 올랐다. 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신한금융지주회사(7.47%)와 하나금융지주(6.01%) 역시 잇따라 급등했다.

금융권은 향후 홍콩 ELS 관련 추가적인 손실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종민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은 "1분기 홍콩 ELS 관련 충당부채를 충분히 적립했고 3월 말 기준 H지수를 고려해 일부 버퍼(여력)를 줬다"면서 "현재 H지수 상승세를 감안하면 추가 손실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며 올해 1분기 충당부채 적립은 일회성 요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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