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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짝퉁 쏟아져도 "중국 거잖아"…우습게 보다가 '피해 눈덩이'

[알리·테무發 경제전쟁]④ 스벅 사과·리콜·보상까지 했지만 '대표 방출'
국내 업체엔 '엄격한 잣대', 알·테는 "싸니까"…피해 확산 우려

[편집자주]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e커머스가 주도하는 '차이나 덤핑'이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다.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염가 공세에 소비자는 무방비로 노출됐고 소상공인은 생존 위협에 처했다. 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 전쟁'으로 번질 것이란 위기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신속하고 엄중한 대처는 물론 개인의 인식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C커머스의 실태와 문제점, 대응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202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송호섭 당시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왼쪽 첫 번째)가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을 바라보고 있다. 2022.10.4/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202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송호섭 당시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왼쪽 첫 번째)가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을 바라보고 있다. 2022.10.4/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2022년 10월, 약 2년 반 임기를 남긴 스타벅스코리아 수장이 전격 교체됐다. 증정품인 서머 캐리백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며 여론 뭇매를 맞은 지 석 달 만이었다.

스타벅스가 그해 여름 'e-프리퀀시' 행사 증정품으로 내놓은 서머 캐리백은 7월 자신을 FITI 연구원이라고 소개한 한 익명 커뮤니티 이용자가 "캐리백 시험을 한 결과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폼알데하이드는 1급 발암물질이다.

◇"발암물질에 대표까지 끌어내렸는데"…중국엔 관대한 소비자들

스타벅스는 곧 해당 물질 검출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와 제품 리콜, 추가 보상까지 진행했다. 신세계그룹은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스타벅스코리아 감사에 나섰고, 스타벅스 내부망을 통해 사내 제보와 e-프리퀀시 행사 개선 방향도 수렴했다.

당시 송호섭 대표이사는 그해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 가 쏟아지는 질타를 받았고 소비자기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2022년 3분기, 4분기 서머 캐리백 리콜 등에 들어간 비용만 358억 원, 86억 원으로 이는 수익성에도 타격을 줬다.

스타벅스는 안전과 품질에 대한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후속 조치에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쿠팡과 SSG닷컴, 컬리 등 국내 e커머스 업체에 적용되는 가격과 품질, 브랜드 등 기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업체들은 신선식품의 경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00% 이상 환불' 정책도 내건 실정이다.

관세 주무관들이 직구 물품을 살펴보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관세 주무관들이 직구 물품을 살펴보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버리면 그만' 인식과 소비패턴, 더 큰 피해로 돌아올 우려

그러나 적잖은 국내 소비자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e커머스엔 국내 업체에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것과는 상반된 기조를 보인다.

싸다는 이유로 배송·환불 지연부터 짝퉁, 저품질 공산품, 극단적으로는 위해 상품도 '버리면 그만'이라고 인식하며 소비하는 경우도 있다. 2019년 7월 일본상품 불매운동 등 논란이나 문제를 일으킨 기업 등을 상대로 하는 소비자 불매운동도 C커머스에 대해서는 잠잠하기만 하다.

C커머스 상품 택배를 뜯어보는 콘텐츠로 '알리깡' '테무깡'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10개 사면 5개 정도만 쓸 만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거"라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당사자 역시 국내 소비자라는 점이다. 중국 광저우 등 공업 밀집 지역 공장에서 무한 생산된 저가 물품은 한국에 들어올 때 150달러 아래면 관·부가세를 내지 않고 KC 인증도 면제된다. 상품 검수와 안전성 확보, 개인정보 보호 등 규제 준수 비용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 지난해 접수된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은 465건으로 전년 대비 5배 뛰었다. 올해 1월에 접수된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만 212건으로 이용이 늘어날수록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형국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월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으로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관련 법 위반 시 신속한 직권조사, 주요 해외직구 사업자의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여부 조사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국외에 사업장을 둔 사업자를 실질적으로 조사, 제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국 e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위해 상품을 신속 차단하는 것은 정부 역할이지만, 이에 앞서 터무니없이 염가인 상품을 접했을 때 소비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저렴함뿐 아니라 제품의 질도 따져 보고, 개인정보 유출 등 차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감안하고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며 "당장에 싸다고 해도 이후 더 큰 피해를 본다면 그 제품이 정말 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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