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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쉬었다 멀리 가자"…K-배터리, 수요 살피며 속도조절

전기차 둔화 이어지자 LG엔솔·포스코 등 배터리 및 소재업계 투자계획 축소
"전기차 확산 속도 하향"…ESS용 배터리·서비스형배터리 등 다각화 시도

[편집자주]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급속한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수년간 힘껏 달리던 국내 배터리 업계의 '숨 고르기'가 한창이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성장의 둔화(캐즘·Chasm)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차량용 외 다른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연간 10조 원 이상 계획했던 설비투자(CAPEX·캐펙스)를 당초보다 줄이기로 했다.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25일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시장과 고객사 상황 변화를 볼 때 당분간 대외환경과 시장 수요 개선의 가시성이 크지 않다"며 "투자의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져보고 능동적으로 속도를 조정해 캐펙스 집행 규모를 다소 낮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매출액 6조 1287억 원, 영업이익 1573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9.9%, 75.2% 감소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로 1889억 원을 지급받은 것을 빼면 사실상 영업손실이다.

실적 악화는 지난해 말 본격화한 전기차 수요 부진과 메탈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 투입 가격 시차(역래깅)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가동률을 낮춘 폴란드 공장의 적지 않은 고정비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는 경쟁사의 사정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는 SK온의 1분기 적자 규모를 적게는 3133억 원(하나증권)에서 많게는 4271억(신한투자증권)으로 예상했다. 삼성SDI(006400)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2281억 원으로 전년 동기(3754억 원)보다 39.2%(1473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 2024.3.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 2024.3.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전기차 보급 속도가 신통찮은 점도 고민거리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들이 친환경 규제를 완화하면서 2030년 전기차 예상 침투율이 기존 50%에서 40% 중반 수준으로 하향할 수 있다는 게 LG에너지솔루션의 판단이다. 이에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배터리 생애주기 관리 서비스(BaaS·서비스형 배터리) 등 사업다각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난징 공장 라인 일부를 ESS용 리튬인산철(LFP)용으로 전환하고, 내년 하반기부턴 LFP 롱셀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2026년에는 미국 애리조나에 17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용 LFP배터리 생산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Baas 사업의 경우 배터리 진단 오차율을 2% 미만으로 낮춘 데 이어 지난 3월 퀄컴과 첨단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진단 솔루션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사내 독립기업 쿠루는 서울에 200여 개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을 설치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이차전지소재 기업들도 투자를 줄이고 속도 조절에 나선 분위기다. 지난 3월 장인화 회장 취임 후 사업 전반을 재점검한 포스코그룹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 2026년까지 예정됐던 리튬·니켈·양극재·음극재 투자는 2027년 또는 2028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천연흑연 및 인조흑연 생산 능력에 대한 각각 8만 톤, 2만 톤 투자 여부도 재검토한다. 실적이 부진한 일부 사업은 구조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미국 테슬라나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OEM(완성차 제조사)뿐 아니라 여러 배터리 고객사들도 투자를 미루는 상황"이라며 "캐파(CAPA·생산능력) 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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