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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대리인법 반대" 조지아서 2만명 대규모 행진 시위

"외국대리인법, EU와 더 멀어지게 할 것"…EU 가입 걸림돌 될까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의사 밝혔지만 집권당이 무력화할 수도

[편집자주]

조지아 반정 시위대가 28일 트빌리시 의사당앞에서 '외국 영향'법에 항의하며 철책을 뜯어 진압경찰을 저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 법이 조지아의 유럽 성향을 퇴색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24.04.29 © AFP=뉴스1 © News1 정지윤기자
조지아 반정 시위대가 28일 트빌리시 의사당앞에서 '외국 영향'법에 항의하며 철책을 뜯어 진압경찰을 저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 법이 조지아의 유럽 성향을 퇴색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24.04.29 © AFP=뉴스1 © News1 정지윤기자

조지아에서 약 2만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외국대리인법'(foreign agents law)에 반대하며 행진에 나섰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약 2만명에 달하는 조지아인들은 수도 트빌리시에 위치한 중앙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외국대리인법이란 외국의 지원이나 영향을 받는 개인이나 단체는 국가에 등록해야 하는 법으로, 러시아에서 시행되고 있다. 최근 조지아 집권당인 드림당이 입법을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여론은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는 '러시아법'이라며 반기를 들고 있다.

이날 시위는 약 100개의 조지아 인권 단체와 야당이 연합해 '유럽을 위한 행진'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됐다. 조지아의 친러 행보를 반대하고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고자 하는 뜻을 담았다.

이날 약 1㎞에 달하는 행렬의 시위대는 EU의 깃발을 선두에 세우고 조지아 의회로 향했다. 행사에 참여한 라샤 체헤이드제(19)는 "저는 유럽 국가로서의 조지아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러시아가 싫고, 러시아 법도 싫지만 유럽은 좋다"고 말했다.

친러 성향의 조지아 정부에 반대하는 한 시위대원이 28일 트빌리시 의사당앞에서 '외국 영향'법에 항의하며 반정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 법이 조지아의 유럽 성향을 퇴색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24.04.29 © AFP=뉴스1 © News1 정지윤기자
친러 성향의 조지아 정부에 반대하는 한 시위대원이 28일 트빌리시 의사당앞에서 '외국 영향'법에 항의하며 반정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 법이 조지아의 유럽 성향을 퇴색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24.04.29 © AFP=뉴스1 © News1 정지윤기자

이날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시위대의 돌발 행동으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 시위 대원이 의회 건물 밖의 경찰 저지선을 뚫고 EU 국기를 게양하려고 하자 경찰은 경고 없이 후추 스프레이를 살포했다.

이들이 이렇게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 놓여있는 조지아에 해당 법안이 향후 노선의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아는 지난해 12월 EU의 공식 후보국 지위를 받은 상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 이상은 EU와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만약 외국대리인법이 통과되면 해외로부터 자금의 20% 이상을 지원받는 조지아의 독립 비영리단체(NGO)나 미디어 단체는 '외국 세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로 등록해야 한다. 비평가들은 이 법이 조지아를 러시아와 더 긴밀한 관계로 이끌 것이며, 유럽이 추구하는 가치와 상반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찰스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 법안은 조지아의 EU 가입 신청과 일관성이 없다"며 "조지아를 EU와 더 가까워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드림당은 자신들이 확고한 친유럽주의자이며, 해당 법안은 NGO의 해외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앞서 여당과 대립하고 있는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외국대리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가 거부권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커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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