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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의대증원=의료개혁' 발언에 의료계 '부글'…"사태 외면, 추상적"

"전공의·의대생 복귀, 병원 정상화 먼저 얘기했어야"
이 대표 제안한 국회 공론화 특위도 불참할 듯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만남을 계기로 얽히고섥힌 의대증원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의료계가 이 대표의 모두 발언 공개 후 "괜한 기대를 했다"며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29일 윤 대통령과의 첫 영수회담에서 A4용지 10장에 달하는 원고를 15분간 읽으며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이 중엔 의대증원을 둘러싸고 두 달이 넘도록 대치 중인 의정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대통령께서 결단하셔서 시작한 의료 개혁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그런데 의정 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어서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될 것 같다. 두 달째 이어진 의정 갈등 때문에 의료현장이 혼란을 겪고 우리 국민들께서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며 "다행히 정부도 이미 증원 규모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 공론화 특위'를 언급하면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며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이날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유일하게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이 의료개혁이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으로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풀릴 기미는커녕 더욱 쌓여만 가는 의정 갈등이 이번 영수회담으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 의료계도 적잖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대표의 모두발언 첫 문장부터 잘못됐다는 반응이다. 이 대표의 첫 문장은 "대통령께서 결단하셔서 시작한 의료 개혁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였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어떻게 '의대 정원 확대=의료 개혁'이라고 거대한 착각을 하는지 정말 답답하다"며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의사증가율 1위에, OECD 인구당 병상률도 상위다. 하지만 예상해왔듯 정치권도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도 "정치권이 의대 증원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의료개혁의 목적이 필수·지역의료 살리기라면 의대 증원은 그 답이 아니다"라며 "필수·지역의료 종사자들이 정부 정책에 가장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 그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류옥씨는 또 "원점 재검토는 극단적인 주장이 아니다. 의료 현장과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이야기를 듣고 환자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과 필수·지역의료의 미래에 대해 차분하게 논의하자는 합리적인 주장"이라며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현 정부의 일방적이고 비과학적인 주장이 아니라 현장의 절규를 들어달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과 관련해 원점 재검토를 하지 않으면 정부와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도 7대 요구안 중 가장 첫 번째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원점 재검토다.

이날 영수회담에선 이같은 의료계의 주장과 현장의 문제점 등이 전혀 다뤄지지 않아 아쉽다는 았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일단은 전공의·의대생 복귀, 대학병원 정상화시키는 방안이 영수회담에서 다루어졌어야 했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교수는 "지난 25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보다는 오늘 이 대표가 언급한 제22대 국회 개원 후 공론화 특위가 더욱 적절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개특위의 역할은 복지부가 지난 2월 발표한 필수의료정책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것이고, 필수의료정책 패키지의 첫 번째 과제가 의대 정원인데 의개특위에서 의대 정원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고 하니 의개특위의 역할에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며 "더불어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내용의 대부분은 법률 제·개정과 관련되어 있어 민주당에서 제안한 국회 중심의 사회적 협의체에서 논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국회 중심의 공론화 특위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의료계가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이 대표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라는 원칙에 입각한 대화와 조정을 말했는데 너무나 추상적이고 이 사태를 마주하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한의사협회 수장이 되는 임현택 당선인은 의대 정원 축소까지 얘기하는 상황인데 아무 진전도 없이 국회가 깔아놓은 판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가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들이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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