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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비리' 부산항운노조 간부 항소심서 줄줄이 감형…왜?

항소심 재판부 "추징금 상당부분 납부…4~6개월 감경"
"당연한 책무 이행했을 뿐"…양형 기준에 비판론

[편집자주]

부산고등·지방법원 깃발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고등·지방법원 깃발 © News1 윤일지 기자

승진·채용을 대가로 조합원들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항운노조 간부들이 항소심에 들어 잇달아 감경받았다. 1심에서 채용비리로 얻은 범죄 수익을 추징했는데 추징금 상당 부분을 납부한 점이 참작됐다.

정당한 환수조치가 감형에 영향을 미치자 선고를 앞둔 나머지 부산항운노조 채용비리 사건도 범죄수익금 반환 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고법 형사1부(성금석 부장판사)는 최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부산항운노조 지부장 A씨(50대)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1심과 같은 2억400만원이 선고됐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조합원의 신규 가입, 전보, 조장 승진, 반장 승진자 추천 등 전반적 업무를 감독하는 권한을 악용해 7건의 취업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2억 원이 넘는 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날 배임수재 등 혐의로 법정에 선 부산항운노조 전 지부장 B씨(50대)도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6000만원을 선고받은 1심을 뒤집고, 징역 2년과 추징금 6000만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2019년 5월부터 12월까지 반장 승진에 대한 추천 권한을 이용해 조합원들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항소심 재판부는 각 항운노조 지부장들의 형을 감경하면서 공통적으로 "추징금 상당부분을 납부한 점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노조 간부들의 잇따른 감형 선고에 양형기준을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는 "채용비리, 입시비리는 흔히 불특정 다수에게 좌절감을 주고 사회적 믿음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부작용이 크다"며 "무엇보다 추징금 납부는 범죄로 얻은 부당한 이익을 원상복구하는 것이지 당시 채용이나 승진할 수 있었던 기회를 뺏긴 누군가의 피해가 회복되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배상균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국가 기관이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한 뒤 구상권을 행사해 피고인 측이 추후 변제를 했는데 이를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으로 판단한 재판부의 해석이 논란이 됐다"며 "피고인이 당연히 이행해야 할 책무에 대해 법원의 과도한 배려가 불필요한 감형을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벌금과 달리 제재수단이 없는 추징금의 경우 성실한 이행이 진정성 있는 반성의 태도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미납 시 강제노역에 처하는 벌금형과 달리 추징금은 끝까지 '나몰라라'로 일관할 수 있어 추징금 완납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면서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지만 재판 과정에서 추징금을 성실히 납부했다면 실질적인 감경 요소는 아니더라도 유리한 양형으로 참작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검은 지난해 7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채용 비리와 관련해 부산항운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기소했으며, 현재 일부 현장 지부 간부와 조합원 40여명(금품제공자 다수 포함)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46년간 독점해 온 부산항 상용부두 정규직원 채용·승진 후보자 추천권을 포기하며 제도적 개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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