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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아름답지만 쓰러질 때도"…'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암투병

소탈함과 검소함으로 전세계 지도자에 모범 보여
남미 최초 임신 초기 낙태 허용하는 등 진보적 인물

[편집자주]

퇴임을 앞둔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몬테비데오 교외 자신의 농장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좌익 게릴라출신의 그는 대통령 취임후 소탈한 처신과 마리화나를 경작하고 판매하는 파격적인 조치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무히카 대통령은 오는 3월1일 후임자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물러난다. 무히카 대통령은 소박한 삶의 상징이 되었으며 대통령 관저를 물리치고 자신의 허름한 농장에서 집무를 해왔다. © News1 이기창
퇴임을 앞둔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몬테비데오 교외 자신의 농장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좌익 게릴라출신의 그는 대통령 취임후 소탈한 처신과 마리화나를 경작하고 판매하는 파격적인 조치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무히카 대통령은 오는 3월1일 후임자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물러난다. 무히카 대통령은 소박한 삶의 상징이 되었으며 대통령 관저를 물리치고 자신의 허름한 농장에서 집무를 해왔다. © News1 이기창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널리 사랑받은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88)이 식도암을 판정받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히카는 지난 26일 정기 건강검진을 받던 중 식도에서 암 종양이 발견됐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무히카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우루과이의 대통령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특히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대통령 임기 중에도 1987년식 낡은 자동차 한 대와 1985년 구입한 텃밭 딸린 작은 집 한 채, 트랙터에 발을 잘려 절뚝이는 개 한 마리가 그가 가진 전부였다.

대통령 월급의 90%를 기부하고, 대통령 궁은 노숙자에게 내어준 채 자신은 원래 살던 농가에서 출퇴근한 그의 일화는 우루과이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까지 감명을 줬다.

오는 3월1일(현지시간) 이임을 앞둔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몬테비데오 교외 자신의 농장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갖는 자리에 반려견 마누엘라와 함께 하고 있다. © News1 이기창
오는 3월1일(현지시간) 이임을 앞둔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몬테비데오 교외 자신의 농장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갖는 자리에 반려견 마누엘라와 함께 하고 있다. © News1 이기창

1960년대 군사독재에 맞선 게릴라 조직 투파마로스 지도자로 활동했던 무히카는 '로빈 후드'로 불리는 등 용맹한 리더십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는 전투 중 여섯 발의 총상을 입었으나 살아남고, 13년간의 독방 생활과 고문을 견뎌낸 뒤 1985년 석방됐다.

고된 생활을 겪고도 신념을 잃지 않은 그는 석방 직후 좌파 정치조직인 민중 참여 운동(MPP)에 참여해 1994년 하원의원이 됐다. 1999년 상원의원,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농축 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급기야 2009년에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타바레 바스케스 대통령에 이어 40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우루과이의 두 번째 좌파 정부를 열었다.

이후 대통령 재임 동안 가톨릭이 지배하고 있는 남미 국가 중 최초로 임신 초기 낙태를 허용하고 대마초 판매 합법화를 지지하는 등 진보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무히카는 "내 암 진단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대의를 위해 싸우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모든 젊은이에게 인생은 아름답지만 지치고 쓰러질 때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며 "중요한 것은 넘어질 때마다 다시 시작하고, 분노가 있다면 그것을 희망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남미 지역 내 결속을 다지고자 아르헨티나에 이어 우르과이 순방에 나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의 부인과 함께 25일(현지시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있는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의 농장을 찾아 무히카 전 대통령 부부를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로상겔라 다 시우바 여사, 룰라 대통령, 루시아 토폴란스키 여사, 무히카 전 대통령. 2023.1.25.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중남미 지역 내 결속을 다지고자 아르헨티나에 이어 우르과이 순방에 나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의 부인과 함께 25일(현지시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있는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의 농장을 찾아 무히카 전 대통령 부부를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로상겔라 다 시우바 여사, 룰라 대통령, 루시아 토폴란스키 여사, 무히카 전 대통령. 2023.1.25.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한편 우루과이는 오는 10월 대선을 치른다. 무히카가 이끌었던 좌파 성향 정당 광역 전선의 대부분 여론조사에서에서 약간 앞서고 있다. 이들은 집권당인 중도우파 연합과 맞붙게 된다.

광역 전선의 예비 대선 후보 야만두 오르시는 "무히카의 암 진단 소식은 우리가 계속 싸워야 할 필요성을 보여줬다"며 "페페(무히카의 별명)는 우리가 생명을 어떻게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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