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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10대 지명수배범' 갱단 두목 "아이티서 부패 엘리트 제거하겠다"

'크라지 바리에' 두목 비텔 옴므 이노상 CNN 인터뷰
美 선교사 납치 혐의…사면과 과도위원회 참여 요구

[편집자주]

아이티 갱단 '크라제 바리에'의 두목, 비텔옴므 이노상이 2021년 미국 선교사 납치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미연방수사국(FBI)의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랐다. FBI는 현상금으로 200만 달러(약 27억 원)를 내걸었다. (FBI 갈무리)
아이티 갱단 '크라제 바리에'의 두목, 비텔옴므 이노상이 2021년 미국 선교사 납치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미연방수사국(FBI)의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랐다. FBI는 현상금으로 200만 달러(약 27억 원)를 내걸었다. (FBI 갈무리)

"우리의 목표는 국가의 발전을 막는 과두세력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를 무법지대로 만드는 데 일조한 갱단 두목 비텔옴므 이노상은 29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그의 갱단 활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크라제 바리에 갱단의 두목인 이노상은 2021년 미국 선교사 납치 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미연방수사국(FBI)은 그를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리고 현상금 200만 달러(약 27억 원)를 내걸었다.

이노상의 크라제 바리에는 현재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약 80%를 장악한 갱단 연합 '비브 아삼'(Viv Ansanm)의 일원이다.

비브 아삼은 아리엘 앙리 전 총리가 지난 2월 치안 보장을 위해 아프리카 케냐 주도의 유엔 다국적 경찰력을 지원받으려 케냐로 출장을 간 사이 경찰서, 중앙은행, 국제공항 등을 공격하며 아이티를 장악해 나갔다.

급기야 지난 3월에는 교도소까지 습격해 4000여명이 탈옥하는 일이 벌어져 극심한 치안 불안을 초래했다.

12일(현지시간)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거리에서 타이어들이 불에 타며 연기를 내뿜고 있는 가운데 한 무리의 남성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고 있다. 2024.03.12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12일(현지시간)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거리에서 타이어들이 불에 타며 연기를 내뿜고 있는 가운데 한 무리의 남성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고 있다. 2024.03.12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이노상은 "우리는 해외로 여행할 수도 없고 수입도 수출도 못하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무기와 탄약은 항상 들어오고 있고 국경과 세관에는 관리가 없다"라며 오늘날 갱단이 무기를 가지게 된 데는 공무원들의 부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노상은 1980~1990년대만 해도 식량을 수입할 필요가 없었다며 오늘날 아이티가 수입 식품에 의존하는 것 자체가 "상류층의 잘못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경제적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운영했던 건설업과 호텔, 렌터카 사업 등이 관리들의 부패로 실패하면서 갱단에 들어가 총을 들기 시작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노상은 특히 크라제 바리에가 현재 1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며 정치인처럼 노점상들을 돌아다니며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아이티 정부가 보호하지 못한 사람들을 자기가 지키고 있다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CNN은 짚었다.

현재 아이티의 갱단들은, 앙리 전 총리가 사임하면서 출범한 아이티 정부 과도위원회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노상 역시 CNN에 과도위원회가 낡은 정치 엘리트로 가득하다며 위원회가 "비브 아삼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갱단이 사면되고 조직원들에 대한 미래 계획이 준비돼야 한다며 "우리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국가가 건설될 때 비로소 무기를 내려놓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런 이노상의 요구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아이티에서 활동하는 인권활동가 게데온 진은 "갱단 두목들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민중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더 많은 권력과 범죄를 용인하는 국가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21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무장 경찰이 갱단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2024.03.21/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21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무장 경찰이 갱단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2024.03.21/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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