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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車 호조 속 유가 '꿈틀'…'중동·슈퍼엔저·美대선' 무역흑자 변수

에너지價 급등, 수입액 14개월 만 상승 반전…배럴당 100달러 돌파 우려
日 엔저에 수출 영향 불가피…대미 최대 흑자 '청구서 부메랑' 가능성

[편집자주]

부산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2024.4.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2024.4.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뚜렷한 가운데 올해 4월 15억5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자동차와 미국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중국 수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플러스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수지가 4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적자액을 상쇄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세계 경제 흐름이 심상치 않아 흑자 유지를 확신할 수 없다. 중동 정세불안이 고조되며 에너지가격이 꿈틀대고 슈퍼엔저와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경쟁력·물가 상황 악화, 미국 대선결과 등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4월 우리나라 수출은 562억6000만 달러, 수입은 547억3000만 달러로 무역수지 15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8%가 증가하며 7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고, 11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56.1% 증가한 99억6000만 달러로, 역대 4월 중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거뒀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 2023년 11월 65억3000만 달러를 뛰어넘은 67억9000만 달러로 월 최대 실적을 5개월 만에 경신했다.

아울러 IT 전(全) 품목이 수출 플러스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일반기계(1.5%↑) △선박(5.6%↑) △바이오헬스(21.3%↑) △석유제품(19.0%↑) △섬유(1.7%↑) △가전(9.4%↑) △자동차부품(2.9%↑) △석유화학(12.3%↑) 등 주력 15개 품목 중 13개 품목이 수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든든히 뒤를 받쳤다.

지역별로도 9대 주요지역 중 7개 지역 수출이 증가했고, 특히 대(對)미국 수출은 24.3% 급증하며 사상 최대인 114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은 2월부터 대중 수출을 3개월 연속 웃돌고 있다. 대중국 수출도 9.9% 늘어난 105억 달러로 2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회복 기대감을 높였다.

주력품목 및 지역별 고른 성장세와 반도체, 자동차 등 경기 전망도 나쁘지 않아 우리 수출은 당분간 안정적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달 들어 에너지 수입액이 증가 전환하는 등 외부변수가 언제든 무역흑자 흐름을 뒤흔들 수 있어 경제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고 있다.

특히 4월 수입은 547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했다. 원유(17.8%↑), 가스(21.9%↑) 수입액이 급증하며 125억 달러를 기록하며 수입액 증가를 이끌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이란과 분쟁으로 확산되는 추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100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돼 무역수지 악화가 불가피하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중동 사태에 대해 민관합동 수출비상 대책반을 중심으로 면밀한 점검을 지속하고, 상황발생시 시나리오별 비상계획을 즉각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급 슈퍼 엔저로 일본과 경합 중인 자동차·철강 등 품목의 수출 타격 우려도 높다. 지난달 29일 한때 달러·엔 환율이 장중 160엔을 넘어서며 1990년 3월 이후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도 150엔대 중반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는 69.2로 주요 수출국(미국 68.5, 독일 60.3, 중국 56.0)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대선 결과도 우리나라 수출·무역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바이든·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방위비 분담 카드를 다시 꺼내든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대미 최대 수출실적 달성은 오히려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청구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미 갈등이 심해질수록 성장률이 둔화하고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도 줄어들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 시 보호무역이 보다 더 강화되고 안보 문제도 불안정해질 수 있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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