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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묶인 국내 기업, C커머스 '표적 규제' 만이 살길이다"

[알리·테무發 경제전쟁]⑬ 공정경쟁 불가능, 역차별 해소 절실
공통적 규제 강화는 국내 업체만 골병…美·유럽 대응 본보기로

[편집자주]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e커머스가 주도하는 '차이나 덤핑'이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다.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염가 공세에 소비자는 무방비로 노출됐고 소상공인은 생존 위협에 처했다. 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 전쟁'으로 번질 것이란 위기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신속하고 엄중한 대처는 물론 개인의 인식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C커머스의 실태와 문제점, 대응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김지영 디자이너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을 필두로 한 'C커머스'의 초저가 공세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중소 온라인 쇼핑몰 폐업이 급증하고 있으며 쿠팡을 비롯한 지마켓, SSG닷컴, 11번가, 롯데온 등 대형 e커머스 업체들도 타격받고 있다.

중국 기업의 국내 유통 시장 장악은 산업 전반에 대한 장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가 경쟁력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해외 각국에선 C커머스를 견제하는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e커머스 업계는 '차이나 머니'를 집중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표적 규제'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초저가 중국과 경쟁 안 돼…법·제도 실효성 확보 우선"

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폐업한 국내 온라인 쇼핑몰은 2020년 4만1119건에서 지난해 7만8580건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현상은 C커머스의 국내 진출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C커머스의 등장으로 기존 판매자가 중국 플랫폼으로 이탈하면서 국내 쇼핑 플랫폼 붕괴도 우려된다.

e커머스 업계에선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e커머스를 대상으로 한 현행 법·제도에 대한 집행 실효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저작권 위반(가품) 등 문제 발생 시 신속하게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사업자는 적용받지 않고 국내 사업자에게만 적용돼 역차별을 야기하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는 개인정보보호법, 전자상거래법, 공정거래법 등의 경우 동등한 적용이 필요하지만, 기업과 판매자를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 간 규제는 물론 e커머스 산업 특성상 기업과 판매자가 구분되는 만큼 C커머스에 입점한 판매자와 국내 e커머스에 입점한 판매자들 간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해외 플랫폼의 경우 △상품정보표시사항 △원산지 표시법 상의 표시사항 등의 표시의무사항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이는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중국 업체 타깃팅해 규제 역차별 해소해야"

e커머스 업계는 C커머스를 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치 않은 섣부르게 규제를 도입해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 대응을 이유로 신규 규제를 도입하거나 현행 규제 수준을 상향할 경우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만 약화시킬 것"이라며 "국내 사업자에게 강력한 규제가 적용돼 국내 산업만 후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 안보, 개인정보 보호 이슈, 관세 등 분야에서 중국 업체만을 특정해 '타깃팅'하는 방식의 역차별 해소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외 업체 모두에 적용하는 공통적인 규제 강화는 결국 규제 실행력 담보가 가능한 국내 업체만 옥죄게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내 온라인 판매자의 일자리 붕괴에 따른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중소 정식 수입판매상 등에 대한 관·부가세, 인증료 등의 지원 정책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중소상공인 지원 해외판매대행센터 도입 △국내 중소상공인의 글로벌 전략 강화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상권을 접목한 시너지 도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e커머스에서 판매되는 위해성이 명확한 상품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신속한 차단이 가능하도록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기업 대응 사실상 어려워…제도적 뒷받침 중요"

전문가들 역시 플랫폼 산업의 붕괴를 우려하며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정부가 나서 제도적으로 공평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가 경제는 제조업 생태계가 튼튼해야 건강한 것인데 플랫폼이 넘어가게 되면 유통뿐만 아니라 영세 제조업까지 함께 무너질 수 있다"며 "플랫폼은 한 나라의 전체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글로벌하게 이뤄지는 큰 흐름이라 기업은 사실상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풀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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