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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테러경보 두 단계 상향…北, 우리국민 테러 대상 물색

2009년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대비 이후 첫 '두 단계 상향'
중요행사·특정사건 외 사유로 상향…국내엔 영향 없을 듯

[편집자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2023.11.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2023.11.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북한이 베트남 등 해외 5개국에서 우리 공관원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위해를 시도한다는 첩보를 정보당국이 입수함에 따라 5개 재외공관에 대한 테러경보가 '관심'에서 '경계'로 두 단계 상향됐다. '경계'는 테러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에 발령되는 것이다.

국가중요행사 개최 직전이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서 테러경보가 '한 번에 두 단계 상향'되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부가 해당 테러 가능성에 대해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고, 국내 테러경보는 그대로인 만큼 국민 우려는 덜어도 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는 이날 '테러대책 실무위원회'를 열고 주캄보디아 대사관, 주라오스 대사관, 주베트남 대사관,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 주선양 총영사관 등 5개 재외공관의 테러경보를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국가정보원은 테러경보를 상향한 것에 대해 "최근 북한이 중국과 동남아·중동 등 여러 국가에서 우리 공관원이나 국민 대상으로 테러를 준비 중인 징후가 다수 입수됐다"며 "북한은 해당 국가들에 요원들을 파견해 대한민국 공관 감시를 확대하고, 테러 목표로 삼을 우리 국민을 물색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종식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기체류 해외파견자들의 귀북(歸北)이 시작되면서 북한 체제에 회의를 느낀 공관원·무역일꾼·유학생 등 엘리트들의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국정원은 해외 파견 북한인들을 관리·감시하는 북한의 공관 간부 및 보위성 등 특수기관원들이 '자발적인 이탈 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외부 소행으로 평양에 허위 보고를 올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고를 받은 북한 당국은 다시 이에 대한 대응 및 보복 방안을 마련하라고 해외파견 요원에게 지시해 우리 공관원을 대상으로 '테러'를 모의 획책한 것으로 국정원은 판단하고 있다.

국정원의 관련 첩보 입수에 따라 테러경보가 상향되자 국민들의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대테러센터 테러경보 발령현황에 따르면 한 번에 경보단계를 두 단계 상향한 것은 지난 2009년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를 대비하기 위해 제주 지역 테러경보를 '주의'에서 '심각' 단계로 올린 이후 처음이다.

특히 국가중요행사나 특정 사건을 계기로 경보단계가 상향된 것이 아니란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경계' 단계를 발령하려면 국가중요행사 개최 D-3, 테러조직이 우리나라 직접 지목·위협, 국제테러조직·분자 잠입활동 포착, 대규모 테러이용수단 적발 등 테러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여야 한다.

실제 '심각' 이상 단계의 테러경보가 발령된 경우는 2009년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대비, 2010년 G20 계기, 2011년 대구세계육상대회,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계기, 2014년 교황 방한 대비, 2014년 인천AG 대비, 2014년 한-아세안 정상회의 대비,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비, 2017년 U-20 월드컵 축구대회 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대회 대비, 2019년 한아세안 정상회의 대비 등이 전부다.

다만 정부는 이번 테러경보 상향 조정에 대해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정원은 "북한 테러 위협 징후가 포착된 국가들뿐만 아니라 그 밖의 지역에서도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보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외교부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우리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외교부 등이 테러경보 상향과 관련한 공관이 있는 지역에서 일하는 공관원들은 물론 해당 지역에 있는 우리 국민들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주재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노력할 것"이라며 "관계 부처들도 최대한 협조할 것이며, 테러경보 상향이 해외에서 이뤄진 만큼 국내에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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