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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총선 전 마지막 시험대 지방선거…민심 어디로?[통신One]

민심 잃은 집권 여당, 가자 전쟁·기후 변화 대응 실망
3~4일 걸쳐 지방의회, 시장, 런던 의회 결과 잇따라 발표 예정

[편집자주]

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처칠가든스유스클럽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지방선거 투표를 행사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조아현 통신원 2024.05.02/
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처칠가든스유스클럽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지방선거 투표를 행사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조아현 통신원 2024.05.02/

2일(현지시간) 영국에서는 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지역 유권자들이 시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선출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지방선거는 총선 전 마지막으로 민심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져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오후 런던 처칠가든스유스클럽 투표소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을 섰다.

투표소에서 막 나온 70대 중반의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은 3선을 노리는 현 런던 시장인 사디크 칸에 대한 만족과 지지를 나타냈다.

그는 "2025년까지 지하철 요금을 동결한 정책이나 모든 초등학생들을 위한 무상 아침 식사 제공 등 전반적으로 아주 잘하고 있다고 본다"며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과 조직 내 비리도 없고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런던에서 급증하는 노숙자 문제에 대해 묻자 "안 그래도 노숙자들을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렌트비가 너무 비싸고 많은 사람이 밀집돼 있기 때문에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신 많은 자선단체들이 노숙자들을 돌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에 대해서는 집권 여당이 바뀌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노동당이 적임인지는 의문스럽다고 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는 걸 원하지만 가자 전쟁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달렸다"며 "노동당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런던 시민 제스 힌스(52)는 현재 경찰의 치안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힌스는 "범죄는 발생 사건 그 자체보다 원인을 찾고 해결해야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지금 갱단에 가입하는 사람들과 칼부림, 강도, 소매치기 사건이 잦은 그 이면에는 빈곤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징벌적 태도로 다가가는 건 이미 절망적인 사람들을 벌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다가오는 총선과 관련해서는 집권 여당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보수당에 대한 실망이 크다.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며 "그들의 정책 때문에 빈곤이 심해졌고 약물 중독 사례도 급증하고 있고 가난한 게 마치 범죄인 것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우리가 익사하거나 튀겨지기 전인데도 녹색 순환 경제에 돈을 투자하기보다 부자들에게 감세 혜택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에서 영국으로 이민 온 지 36년이 넘어가는 나자티 켈렌치(73)는 정치권이 가자 전쟁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켈렌치는 "주요 정당 모두 가자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며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방선거와 총선 이후 정치권이 가자 전쟁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이슬람과 무슬림(이슬람을 믿는 사람)에 대한 적대감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0대 유권자인 돈테 아슈본(19)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는 흉기 범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어머니가 투표하러 오셔서 함께 따라와 한 표 행사했다"며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요즘 청소년들이 흉기에 찔리거나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사건을 자주 접하는데 선거 이후에는 범죄율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런던에서는 약 620만명의 유권자가 앞으로 4년 동안 누가 영국의 수도를 운영할지 결정하는 표를 던졌다.

이번 지방선거로 런던을 포함한 대도시 10개 지역에서는 시장이 교체된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전역에서는 경찰범죄국장(PCC) 37명도 새로 선출된다. 잉글랜드 블랙풀 사우스 선거구에서는 하원의원을 뽑는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졌다.

경찰범죄국장은 경찰력의 효율적인 기능을 돕고 감시하는 역할을 할 뿐 직접적으로 운영하지는 않는다.

이번 선거에는 잉글랜드 전역 전체 지방의회 317곳 가운데 의회 107곳 2636개 의석이 걸려있다. 런던 의회 25개 의석도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

이날 투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선거구마다 마련된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지방의회 선거 결과 대부분은 3일(현지시각) 새벽에 발표된다. 시장 선거는 3일과 4일에 걸쳐 개표 작업이 진행된 뒤 당선자가 결정된다. 런던 의회 선거 결과도 4일에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는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웨일스에서는 경찰범죄국장 선거만 있을 뿐 지방의회 선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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