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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용기·드론 도입해 강원산지 '구름 농사'…가뭄·산불 막는다

1㎜ 강수유발 지상·대기에 2900톤 효과
R&D 삭감사태 속 38억 증액 '국가적 도전과제'

[편집자주]

2일 강원 평창 구름물리선도 관측소에서 기상청이 처음 개발한 인공강우용 무인항공기(드론) 시범 운항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2일 강원 평창 구름물리선도 관측소에서 기상청이 처음 개발한 인공강우용 무인항공기(드론) 시범 운항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셋, 둘, 하나 구름 씨앗 투하."

2일 강원 평창 구름물리선도 관측소. 하늘에 떠 있는 무인항공기(드론)에서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지상 30m에 뜬 드론은 좌우로 움직이며 양팔에 달린 불기둥에서 나온 연기를 상공에 흩뿌렸다.

이 드론은 '구름 농사'를 짓는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일반 구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 구름'으로 만드는 인공강우 실험에 투입된 드론이다.

국내 인공강우 기술은 2019년 미세먼지 해소 방안 활용 때문에 일반에게 알려졌지만 이미 국제적 수준으로 선도국가에 속한다.

국내최초 인공강우 연구는 1963년 기상청의 효시인 중앙관상대 대장을 지낸 고(故) 양인기 동국대 교수가 처음 실험한 이래 61년 간 이어졌다.

처음엔 지상실험에 그치던 게 공군의 도움으로 항공 실험으로 확대됐고, 이날 언론에 공개한 것처럼 드론을 활용하는 데까지 왔다.

이 드론은 한 번에 20~40분씩 하늘을 날며 '구름 씨앗'인 아이오드화(요오드화) 은이나 드라이아이스, 염화칼슘 등을 뿌린다. 구름 씨앗은 구름의 온도와 비나 눈 등 필요한 물질 상에 따라 결정한다. 구름 씨앗 개발은 지난해 완공된 제주 국립기상과학원 구름물리실험챔버로 하고 있다.

인공강우 실험 강화를 위해 6월 중 기상 항공기 2대가 추가 도입된다. 인공강우 전용기 1대는 기상청이 관리·운용하고 다른 1대는 공군과 공동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3일 강원 양양국제공항 계류장에 세워진 제1호 기상항공기 '나라' 날개에 아이오딘화은(요오드화은)을 원료로 하는 인공강우 구름 씨앗 발생기가 부착돼 있다. © 뉴스1
3일 강원 양양국제공항 계류장에 세워진 제1호 기상항공기 '나라' 날개에 아이오딘화은(요오드화은)을 원료로 하는 인공강우 구름 씨앗 발생기가 부착돼 있다. © 뉴스1


인공강우는 맑은 하늘에 구름 씨앗을 뿌린다고 구름이 생겨나고, 비가 내리게 하는 '마법'은 아니다. 인공강우 실험을 총괄하는 이용희 기상청 기상응용연구부장은 "구름에 응결핵을 더해 비가 내릴 수 있게 돕는 것"이라며 "토양이나 대기의 건조 상태를 완화하도록 '증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강우를 통한 최근 3년 평균 증우량은 1.3㎜ 수준이다. 지상에 내리는 강수량이라고 보면 그 양이 적어 보인다. 그러나 여의도 면적에 1㎜ 강수 유발 효과가 약 2900톤이기 때문에 대기와 토양을 적시는 효과가 아예 없진 않다.

기상청은 인공강우에 사용하는 물질을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이 부장은 "인공강우시 사용하는 물질은 수돗물 안전기준보다 농도가 낮고, 화학적 잔류물을 남기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인공강우 연구예산은 지난해보다 38억 원이 증액됐다. 올해 대부분 부처가 R&D 예산 삭감으로 고통받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가뭄 상황에 '가성비' 좋은 타개책이라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인도, 중국 등은 농사 등 산업 부문에도 인공강우를 활용 중이다. 차주완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관은 "우선 인공강우 선진국인 태국과 구름씨앗 개발의 협력을 강화하고, 인공강우를 여러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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