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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리버·메트로"…'복잡다단' 아파트 이름 '가이드라인' 나온다고?[집이야기]

전국 최장 단지명은 25자…해마다 복잡하고 길어져
주민들이나 건설사 자발적 협력 목소리 나와

[편집자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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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열카운티 2차'.

이 아파트명은 25자로 전국에서 가장 긴 이름으로 알려졌다. 길이 때문에 실제로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흔히 '빛가람동 ○○'로 줄여 불린다. 서울의 '항동 중흥에스클래스 베르데카운티'도 15자에 달한다.

1990년대까지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지역명과 건설사 이름으로 간결하게 명명됐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며 재건축이 활성화되고, 아파트 이름에 외래어 사용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실제 1990년대까지 평균 4.2자이던 아파트 이름은 2019년 9.8자로 갑절 이상 길어졌다.

최근에는 '파크', '리버', '퍼스트', '에듀' 같은 아파트의 특징을 나타내는 펫네임(애칭)을 추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고급 상품으로 차별화하려는 건설사의 마케팅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명칭을 단순화하기 위해 서울시는 올해 초 '새로 쓰는 공동주택 이름 길라잡이'를 발표했다. 외국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고유 지명을 활용하며, 불필요한 애칭 사용을 줄이고, 적정 글자 수를 유지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이름 제정 절차를 권장한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된 '서반포 써밋 더힐' 같은 사례를 보면, 이 가이드라인이 현실에서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이 아파트는 흑석동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반포'라는 지역명 사용을 검토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가이드라인이 지역 사회의 현실과 동떨어진 명칭을 어떻게 교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새로운 건설 프로젝트 명칭에 지역의 역사적인 명소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여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주민들이 주거지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지역 사회와의 연결감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서울시의 새 가이드라인이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주민들이나 건설사가 자발적으로 협력하지 않을 경우 이 권고사항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실제로 이 가이드라인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권고를 넘어서 강력한 유인책과 정책의 강제성이 필요하다.

첫째,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는 공론화 프로세스를 도입해 아파트 명칭 결정 과정에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건설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아파트 명칭이 단순한 주소의 일부가 아닌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파트 이름이 단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그 지역 사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생활의 터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 가이드라인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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