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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과학자 최재천 "대한민국에서 국회가 가장 '숙론'을 못하는 집단"

숙론이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는 과정"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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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 '숙론' 출간 기자간담회. © 뉴스1 김정한 기자
최재천 교수 '숙론' 출간 기자간담회. © 뉴스1 김정한 기자
우리 시대의 소통 방식을 고민하는 '통섭'(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 일)의 과학자 최재천 교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곳으로 '국회'를 꼽았다.

최 교수는 7일 낮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진행된 '숙론'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국회는 숙론을 제일 못하는 집단으로 싸움질만 하는데, 이는 직무유기"라며 "국회의원 300명에게 숙론하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숙론'은 최 교수가 9년간 집필해 완성한 역작이다. '숙론'(熟論, Discourse)은 갈등과 분열을 거듭하는 시대에 소통 방법으로 제시한 해법이다.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는 말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이 왜 다른지 궁리하는 것, 어떤 문제에 대해 함께 숙고하고 충분히 의논해 좋은 결론에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이념·젠더·세대·계층·환경 등과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 갈등이 세상에 드러나 있다"며 "이러한 이슈들을 소통하는 데 필요한 것이 '숙론'인데, 이는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숙론(김영사 제공)
숙론(김영사 제공)
최 교수는 "원래 우리 민족은 논쟁을 잘하는 민족으로, 이는 왕에게 신하들이 '아니되옵니다'를 서슴없이 말하고 왕은 신하들의 의견을 존중해 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권위에 무조건 순종하는 일본 문화 때문에 그 전통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여러 가지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잘하고 있지만, 그것들을 구슬로 꿰는 그 마지막 일을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숙론'에 대해 제대로 배운다면 인터넷 공간에 배설하고 거리로 뛰어나가기 전에 이루어지는 수준 높은 토론 문화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남아공 몽플뢰르 콘퍼런스'를 이상적인 숙론의 장으로 제시했다. 플뢰르 콘퍼런스는 1990년 넬슨 만델라가 석방되며 혼란에 빠진 남아공의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진행했던 국가 회의다. 대립하는 단체의 교섭을 이끌어온 전문가를 초빙해 약 1년간 워크숍과 대국민 소통을 진행하며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두고 민주적 합의를 도출했다. 그 결과 극한의 사회 갈등을 극복하고 초이념적·초당파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어서 그는 우리나라 사회에 불통이 만연한 이유에 대해 다들 일방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숙론' 과정이 결론 도출도 없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모든 이슈에서 소통을 하고 꺼낸 것과 소통 없이 꺼낸 것은 결국 '공감대' 형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에서 '상대와 협력하는 숙론'으로의 이행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 대한민국은 '숙론의 장이 무르익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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