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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포럼] 과학자에서 교육자의 길로

[편집자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해 10월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차세대 글로벌 리더 과학자들과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DB


오랜 세월 동안, 과학자의 길을 열심히 걸어왔다. 과학자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직업이다. 연구라는 일이 객관적이고 명확한 답을 기다리는 일인 만큼, 자연스레 효율성에 그 가치를 매기게 된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 삶에서도 항상 효율성을 강조하며 살아왔다. 그 사이 세상은 치열하게 변했다. 산업화 시대, 정보화 시대를 거쳐 이제 인공지능(AI)의 시대에 이르렀다. 기계와 공존하는 시대에 다다랐지만, 휴머니티는 떨어질지언정 여전히 효율성은 계속해서 향상되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 효율성이라는 게 과연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필자는 과학자의 길을 잠시 벗어나 이제 교육자로서의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내가 교육자가 되더라도 여전히 효율성을 따진다면 그건 아닐 것이다. 교육이란 효율을 논하기엔 절대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자는 효율성과 창의성을 중심으로 일하지만, 교육자는 균형과 보편 타당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 등에 초점을 맞춘다.

계속해서 연구에 몰두하는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 연구자라면 끊임없이 공부에 몰두해야 한다는 거다.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걸 보자니, 항상 모든 일에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이가 들어 부족한 공부를 채워나가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흔히 서예를 배운다거나 글쓰기 연습을 하는 등의 공부가 대표적인 예이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 우리 연구자도 평생교육을 받아보면 어떨까 싶다. 여기서 말하는 평생교육은 앞에서 나열한 종류와는 조금 다르다.

이를테면, 연구 교류나 연구서클 같은 걸 만들어 여러 과학기술계 연구기관 출신이 모여 세상에 없는 종류의 교육을 하는 거다. 급변하는 과학기술의 최전선에서 연구와는 별도로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개념들, 자신의 연구와 연관된 것도 좋고, 일상에서 느끼고 배운 생각도 좋겠다.

여러 아이디어나 생활 속에서 습득한 아이템, 개선 사항, 해결책 등에 관해 엉뚱하고도 기발한 다양한 종류의 생각을 공유해보는 거다. 단순히 지식을 나누는 게 아닌, 삶의 지혜를 공유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데에 반드시 커다란 힘과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니다. 때로는 책에서 배운 지식이나 경험에서 비롯된 교훈 등을 통해 작은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는 작은 마음가짐의 변화가 삶의 전체를 바꾸는 계기를 만드는 이야기이다.

세상이 정해놓은 자신에 대한 정의에서 벗어나 우리가 진정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끔 말이다. 영화에서 삶을 통해 자신을 찾는 기폭제가 되는 문장이 참 재밌다. 복권에 당첨되길 바라며 매일 신에게 기도하는 이에게, 갑자기 신이 나타나 "인간아, 제발 제발 제발 복권이나 사고 빌어라."라고 외쳤다는 내레이션 말이다.

마음만 먹는다고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결국 모든 건 행동하기에 달렸고, 오랫동안 견고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평생 걸어온 과학자의 길에서 벗어나 교육자의 길로 들어서는 필자의 마음도 이와 같다. 큰 용기가 있어야 하는 이 시점에서, 과학자와 교육자의 차이가 아닌 공통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건 바로 둘 다 계속해서 배우고 공부할 자세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거다. 삶 속에서 치열하게 부딪히고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연구에 정의를 내리고 교육에 가치를 더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어쩌면 과학자와 교육자는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있지만 같은 옷걸이에 걸린 옷과 같다. 옷을 갈아입는 그 순간을 기대한다.

이정환 전 한국재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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