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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중 상급자에 목 졸렸는데"…갑자기 뒤집힌 '직장 괴롭힘'

직원들 "인사위 구성 절차 등 문제점 많아"
공사 측 "절차와 내부 규정에 맞게 진행"

[편집자주]

 
 

부산관광공사에서 '상급자가 같은 부서 직원에게 화를 내며 목을 졸랐다'는 내용의 직장 내 괴롭힘이 신고됐으나 공사 측이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A 씨(30대·여)는 지난해 5월 일본 도쿄 출장 중 행사 주최 측에서 준비한 간담회를 앞두고 공개된 장소에서 상급자 B 씨(30대)에게 목을 졸렸다. 또 행사장에서 B 씨가 A 씨 쪽으로 가방을 집어던지는 등의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 간담회 오찬 자리에서 A 씨가 주최 측이 주는 술을 마시지 않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등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사건 직후 약 20분 동안 기억이 삭제된 듯한 이상 증상이 나타나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사건 직후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추슬렀으나 약을 먹지 않으면 출근을 하기 힘들 정도로 불안감이 심해졌고 회사 내에서 B 씨를 마주할 때마다 충격이 되살아나는 등 고통이 지속되면서 결국 A 씨는 지난 1월 B 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신고 직후 노무사와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들이 포함된 조사위원회는 약 30일간 조사를 진행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조사위원회는 공사 자체 감사위위원회에서 구성한다.

이후 약 한 달 뒤 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여부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인사위는 돌연 조사위 결과를 뒤집고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문제는 인사위가 명확한 근거 없이 회의 두 시간 만에 조사위의 30일간의 조사 결과를 뒤집었다는 점, 인사위원회 당일 사건 당사자 두 명을 제외하고 참고인만 불렀다는 점 등이다.

특히 공사는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날 당사자들에게 위원회 참석을 통보했으며, 인사위원에 대한 정보를 안내하지 않으면서 당사자들의 권리인 기피위원신청 절차를 일방적으로 생략했다. 또 인사 규정 시행 내규에 의한 당사자 출석통보서와 진술포기각서 제출 절차도 생략했다. 규정에 따르면 당일 출석이 힘들 경우 당사자들이 희망하면 서면으로라도 진술을 받아 인사위원에게 제출해야 한다.

부산관광공사 인사위원회 규정 일부.
부산관광공사 인사위원회 규정 일부.

공사 인사위원회 시행 내규에 따르면 인사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7인으로 하며 외부위원이 2분의 1 이상이 되도록 구성해야 하지만, 공사는 인사위를 내부 위원 3명과 외부위원 2명으로 구성하는 등 인사위 구성 요건을 어겼다.

이와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공사 일부 직원들은 인사위원회 결정과 공사 측의 사태 해결 과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직원 C 씨는 "인사위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조사위 조사가 부족했다면 인사위에서 재조사를 권하거나 인사위원끼리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위원회를 다시 개최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직원 D 씨는 "사안이 중대하고 민감한 사건임에도 공사가 왜 인사위를 급하게 개최해 논란을 만들었는지 의문"이라며 "인사위원 구성이 내부가 3명, 외부가 2명이었는데 이 경우 인사위원회의 공정성과 전문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A 씨는 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 노동청은 최근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해 공사 측에 B 씨의 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나 공사 측은 B 씨에 대해 징계 처리를 연기하겠다며 지난주쯤 노동청에 연기 신청서를 냈다.

공사 측 관계자는 "인사위는 당초 조사위원회 조사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A 씨와 B 씨의 진술이 상반되는 등 명확하게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기 떄문에 이같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가 당일 불참을 통보해 공정한 조사를 위해 당사자를 모두 부르지 않았다"며 "공사는 내부 규정과 절차에 맞게 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했다"고 강조했다.

노동청의 직장 내 갑질 인정 건과 관련해서는 "A 씨가 조사위원회 결과만 가지고 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해 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이같이 결정된 것일 수 있다"며 "자체적으로 재조사를 진행해 B 씨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B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따로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선 조사 과정에선 A 씨의 진술 내용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현재 공사에서 근무 중이다. 

A씨는 건강 상의 이유 등으로 지난 1월 병가를 낸 상태다. A씨는 "사건 당시에는 참고 버티려고 했으나 갈수록 B씨를 마주하는 게 힘들고 불면증과 안면마비가 오는 등 사태가 심각해졌다"며 "현재 정신과에 지속적으로 검진을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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