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필리핀 연합군이 연례 합동훈련 '발리카탄 2024'(Balikatan∙어깨를 나란히)에서 중국군 상륙을 겨냥한 적 격퇴 훈련을 펼친 가운데 대만 유사시 섬 탈환과 중국산 선박 침몰 작전을 실시했다. 침몰 훈련에는 한국제 함대함 미사일 '해성'이 비밀리에 수출돼 실전 타격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과 필리핀 해병대원들은 지난 6일 필리핀의 최북단 섬인 잇바야트에서 블랙호크 헬리콥터를 이용해 외딴 마을을 잠입·수복하는 군사 훈련을 진행했다.

해당 섬은 대만과 16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으로, 일각에서는 연합군이 유사시 중국에 점령된 대만을 탈환하는 훈련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리핀대학 리카르도 호세 역사학 교수는 "필리핀 북부를 관할하는 바타네스 섬이 미 육군의 타이푼 발사체계(Typhoon launcher)를 설치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곳"이라고 평가했다.

호세 교수는 "험난한 지형의 바테나스 섬은 급변하는 날씨로 인해 외부 접근이 쉽지 않다"라며 "위장하면 정찰 위성으로도 탐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거리 미사일 발사시설인 타이푼 발사체계는 유사시 대만해협에서 중국군을 정조준할 수 있다. 올해 발리카탄 훈련에도 사거리 370km의 타이푼 미사일이 등장했다.

또한 미군과 필리핀군은 이날 필리핀 12해리 영해 밖에 정박한 4700t급 칼라리야호(중국산)에 미사일을 발사해 침몰시키는 훈련도 실행했다. 해당 선박은 중국에서 건조한 필리핀 해군 보급 유조선이다.

모의 적함은 미국과 필리핀 전투기의 미사일 등에 맞아 침몰했다는 전언이다. 이때 모의 적함을 박살낸 미사일은 비밀리에 수출돼 실전 타격에 나선 한국제 함대함 미사일 해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성은 길이 약 5.46m, 직경 34cm, 최대 사거리 180km 이상으로 터보팬 엔진을 장착해 음속 이하의 속도인 마하 0.95로 적 함정을 타격한다. 또 시스키밍(sea skimming) 기동과 팝업(popup) 기동, 재공격 등 다양한 공격 모드를 지원할 수 있다.

침몰 훈련은 최근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부근에서 물리적 충돌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국방 전문가 애런 매튜 라리오사는 올해 발리카탄 훈련에 관해 "대만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분쟁을 염두에 두고 이뤄지고 있다"라며 "그 점에서 이전 훈련과 차별화된다"고 풀이했다.

이어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이 필리핀 점령 전 잇바야트를 포함한 필리핀 북부 섬들을 점거한 사실을 되짚어봐야 한다"라며 "대만에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 섬들이 전략적인 교두보 또는 피란민 수용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마이클 세더홀름 발리카탄 합동 태스크포스 사령관은 이번 훈련에 관해 "양국 부대 간 상호운용성 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정 상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지난달 22일 시작돼 오는 1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훈련에는 미국과 필리핀의 1만6000명 이상의 군인들과 호주·프랑스군 병력 수백 명이 참여했다. 이 훈련은 필리핀에 대한 외국의 침공 시나리오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