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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학생 쫓아다니며 몰래 촬영했는데 스토킹 '무죄' 왜?

보험사 직원이 소송 증거 확보 위해 2차례 영상 촬영
법원 "다른 용도로 사용 안 됐고 목적에 정당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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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의 모습./뉴스1 DB © News1
광주지방법원의 모습./뉴스1 DB © News1

민사소송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교통사고 피해자를 따라다니며 영상을 몰래 촬영한 40대 보험회사 직원이 스토킹 혐의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 지혜선 부장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4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A 씨는 작년 4월 10일 오후 1시쯤 광주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탑승한 대학생 B 씨(19)를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같은 달 12일에도 B 씨를 따라다니며 일상생활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검사는 A 씨의 이 같은 행위가 B 씨에게 공포심을 유발한 것으로 보고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조사 결과,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는 A 씨는 'B 씨의 장애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이 같은 일을 벌였다.

B 씨는 중학생이었던 지난 2018년쯤 교통사고를 당해 후유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후 그는 A 씨가 근무하는 보험사 상품에 가입한 가해자 부모를 상대로 5억 7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재판에서 A 씨의 행위가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당한 이유가 없을 것'이 '스토킹 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점을 들어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 회사는 민사소송 결과에 따라 지급할 보험금 액수가 달라지는 상황이었다"며 "피고 측은 지난해 4월쯤 '피해자가 대학생으로서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증상을 과장했다'는 취지로 제보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업무로서 해당 제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자료를 확보할 목적으로 이같은 행위에 이르게 됐다"며 "피고인이 따라다닌 장소는 모두 대중에게 개방된 장소였으며, 촬영 시간은 각 30분이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촬영한 영상은 민사소송에 제출됐을 뿐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다"며 "민사소송에서 신체 감정은 의학 전문가가 아닌 상대방으로선 객관적 증거자료를 취득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과도한 보험금이 지급될 경우 다수의 보험가입자들에게경제적 피해를 전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사고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게 할 목적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2회에 한해 추적하고 영상 촬영을 한 것으로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불쾌감을 조성할 수 있다 하더라도 목적에 정당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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