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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원하지 않아요"… 여자친구 합의에도 실형, 이유는? [사건의 재구성]

6개월 새 접근금지만 3차례 위반… 협박·스토킹 20대 징역형
법원 "피해자 '처벌 불원' 보복·2차 피해 두려웠기 때문일 것"

[편집자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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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친구로부터 협박당해 경찰에 신고한 여성은 수사가 시작되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법원이 형을 정할 때 특별히 고려하는 감경 요소가 된다.

그러나 사건을 심리한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양형 판단에 제한적으로 적용했다. '피해 여성이 보복과 2차 피해를 두려워해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은 심정 때문'이라고 해석했던 것이다.

법원은 앞서 6개월 동안 가해자 A 씨와 피해 여성의 관계에 주목했다.

또래 여자 친구 집에서 함께 생활하던 A 씨는 작년 6월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다퉜다. 가위를 이용해 자해한 A 씨는 "내가 너한텐 못 이럴 것 같냐"며 협박했다.

피해 여성은 A 씨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한 달 뒤에도 또다시 흉기 협박을 당했다. 경찰은 A 씨에게 '피해 여성에게 접근하지 말라'며 긴급응급조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1주일 만에 A 씨는 다시 여자 친구 집에 들어가 생활하며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했다.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결정도 받았지만 지키지 않았다.

피해 여성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출했지만, A 씨는 특수협박 및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에 넘겨지자 A 씨 행동은 더 과격해졌다.

그는 작년 11월 23일 오전 2시 40분쯤 "짐을 챙겨나가겠다"며 여자 친구 집을 다시 찾았다. 문이 열리자 A 씨는 돌변했다. A 씨는 "너 때문에 재판을 받게 됐다"며 욕설하고 협박했다.

한 달 뒤에도 그는 새벽에 피해 여성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고, 다음 날 아침까지 모두 7차례 전화를 시도하며 스토킹했다.

A 씨는 곧바로 접근금지 결정을 받았지만, 이번에도 1주일 만에 다시 피해 여성 집을 찾아가 결국 구속됐다. 앞선 사건이 모두 병합돼 재판받았다.

6개월 동안 수차례 협박과 스토킹을 반복하고 3차례나 접근금지 조치를 받고도 이를 위반한 A 씨에 대해 법원은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극도의 폭력성과 단기간 내에 저지른 범행, 수사 과정에서 비협조적이고 불량한 태도를 고려할 때 실형을 선고해 법의 엄중함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의 처벌 불원이나 선처를 탄원하는 의견은 감경 요소로 적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처벌불원은 피고인이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으로 상당한 보상이 이뤄져 피해자가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해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이 사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6개월 동안 신고와 처벌불원을 반복하고, 피해자가 밝힌 합의 동기나 합의금 출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진지한 합의에 이른 결과라기보다는 2차 가해와 보복이 두려워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싶은 심정의 표현으로 이해될 뿐"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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