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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1.3조 흑자에도 커지는 고민…하반기에나 요금 인상 전망

3% 내외 高물가 여파에 전력당국 요금 동결기조
러-우전쟁·중동리스크·高환율에 요금인상 필요성↑

[편집자주]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관리인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관리인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한국전력공사(015760)가 1분기 1조3000억 원 규모의 흑자를 내며 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지만, 40조 원이 넘는 누적적자와 200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소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고(高)물가 여파로 물가를 억누르려는 정부 정책기조가 유지되면서, 요금인상은 빨라도 올 하반기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10일 한전에 따르면 1분기 실적 결산 결과 매출액은 23조2927억 원, 영업비용은 21조9934억 원으로 1조299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매출액이 전기요금 조정 등으로 1조6987억 원(전년동기대비 7.9%)이 증가하고, 영업비용은 연료비·전력구입비 감소 등으로 5조7782억 원(-20.8%)이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해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3분기 2조 원에서 4분기 1조9000억 원에서 지속해서 감소했다.

한전의 연이은 흑자에도 자본 상황은 위태롭다. 지난해까지 43조 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기록한 한전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 4분기 연속 요금이 동결됐다.

2023년 말 기준 부채는 202조 원까지 불어나며 연간 이자 비용만 4조~5조 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1조 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에도 부채를 털어내기는 어려운 상황에 한전은 채권 발행과 자회사 배당금을 당겨쓰며 버티고 있다.

요금 인상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전력당국은 3% 안팎의 고물가 여파에 동결 기조를 보이면서도 요금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전기·가스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소비자 민생 직격타일 뿐 아니라 산업계 우려가 크다.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종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데다 고환율까지 겹친 점도 요금 인상 필요성을 더한다.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2023.12.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2023.12.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지난 4월 기준 유연탄은 톤당 130.5달러, LNG는 mmbtu당 10.1달러로 1분기(126.5달러, 9.32달러) 대비 3.16%, 8.37% 각각 올랐다.

에너지 구입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원·달러 환율은 1분기 1329.40원에서 4월 1371.88원으로 3.20% 상승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배럴당 7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 가격은 올해 들어 상승세로 전환해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지난 9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84.67달러, 브렌트유는 83.8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9.26달러에 거래됐다. 중동 리스크가 격화되면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의 72%가 이용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한전은 지금의 부채 사태를 만든 '역마진' 구조로 회귀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전력 당국이 원가에 전기요금을 연동하는 방안이 담긴 요금체계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통해 전기요금 결정에 대한 정부개입 논란을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전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 상승, 고환율 등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전력 구입비 증가가 예상된다"며 "자구노력을 철저히 속도감 있게 이행하고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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