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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폐업 위기 원한으로 살인미수…60대 남성 왜 무죄 받았나[사건의재구성]

흉기로 상대를 찌르려 한 살인미수 사건…범정서 뒤집혀
"스스로 죽으려 했던 상황을 오인…범죄 증명되지 않아"

[편집자주]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이 X끼야, 너 죽여 버릴 거야."

폐업 위기에 처한 회사를 도와주지 않은 상대에게 원한을 갖고 흉기를 찌르려 한 살인미수 사건. 검찰의 공소사실에 비춰 보면 피고인 김 모 씨(66남)의 유죄는 자명해 보였다.

한 회사의 대표였던 김 씨는 폐업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채를 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분 30%를 보유한 회사 관리상무인 B 씨는 회사를 살릴 방법을 찾지 못했다.

퇴직 처리된 직원들에게 미지급된 수천만 원의 퇴직금. 절망적 상황에 누적된 불만은 B 씨의 탓으로 돌려졌다. 결국 김 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8시쯤 서울 강북구 자신의 주거지에서 술을 마시던 중 B 씨를 불렀고, 주거지 인근 주차장에서 패딩점퍼 안쪽에 미리 준비한 흉기로 "너 죽고 나 죽자"며 B 씨의 복부를 찌르려 했다.

이 같은 혐의로 결국 재판에 넘겨진 김 씨.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선고 결과는 무죄. 법정에서 김 씨의 살인미수 혐의는 뒤집혔다.

재판 과정에서 김 씨 사건은 재구성됐다. 당초 김 씨는 홀로 막대한 채무를 떠안아 B 씨에 원한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지만, 김 씨와 B 씨는 사건 직전까지 회사의 재정 상태를 논의하며 미지급 퇴직금 부족분을 반반 분담하기로 하는 등 원한을 갖고 B 씨를 살해할 동기가 없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김 씨는 B 씨를 찌르려고 한 게 아닌 "자기가 죽으려 했다"며 처음부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 왔다. 김 씨가 자신을 찌르려 했다는 B 씨의 진술과 상반된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사건 당시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한 목격자 C 씨는 "'칼을 가지고 사람을 찌르려고 한다‘고 신고하기는 했지만 '칼을 들고 있다'고 신고를 했어야 맞는 것 같다"며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 씨가 B 씨를 칼로 찌르려고 한 상황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또 C 씨와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B 씨의 진술과 달리 김 씨가 "너 죽고 나 죽자. 너를 죽여 버리겠다"고 얘기하며 욕설을 한 것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장 경찰관 D 씨는 "피고인이 조금 체념한 듯 앉아 있었다"며 "피해자를 찌르려 했냐는 질문에 불만을 표출했고, '내가 죽으려 했다'라는 말을 두 번가량 했다"고 진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 이태웅 부장판사는 "사건 직후 피고인이 보인 언동은 주차장과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흉기로 사람을 살해하려고 했던 사람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피고인 스스로 변소하는 바와 같이 '스스로 죽으려 했거나, 그럴 정도로 괴롭다는 것을 피해자에게 표명하려 할 뿐인 사람'의 언동으로 볼 만한 점이 많다"고 판시했다.

김 씨가 만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칼로 자신을 찌르려던 상황을 B 씨가 오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또 "살해 범행의 준비와 실행의 구체적 양태와 경위, 사후의 경과 등 전반에 걸쳐 제기된 상당한 모순과 의문점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내달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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