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美 통화정책 동조화 필요없다"…조기 금리 인하 목소리 낸 KDI

"고금리로 대출 연체율 늘고 내수 부진… 물가 안정 상황서 고금리 유지할 필요없어"

[편집자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게시된 주택담보 대출 관련 현수막. 2024.3.1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게시된 주택담보 대출 관련 현수막. 2024.3.1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미국보다 빠르더라도 우선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최근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로 국내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린 상황에서 사실상 한국은행에 조기 금리 인하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엔 고금리 기조가 더 지속되면 내수 회복 불씨를 꺼뜨릴 것이란 우려와 함께 물가가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KDI는 최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통화정책은 물가 상승세가 목표 수준에 수렴해 가는 속도에 맞춰 현재의 긴축 기조를 중립 수준으로 점차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DI는 특히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을 경제 여건이 다른 미국 등 특정 국가의 정책 기조에 동조화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상황을 감안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 앞서 금리를 내리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5월 들어 한동안 가라앉았던 '조기 금리 인하' 주장에 불을 지피는 격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장 안팎에선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미국 등 다른 주요국보다 먼저 금리를 낮출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5월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늦춰지자 이같은 조기 인하론은 시들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에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시점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벌어질수록 자금 유출이 발생하며 환율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인 2.0%포인트(p)로 벌어져 있는데, 한국이 먼저 금리를 내려 차이가 더 커지면 국내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1일(현지시간)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5.25~5.5%로 유지하면서 2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지난 7월 이후 6회 연속 동결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1일(현지시간)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5.25~5.5%로 유지하면서 2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지난 7월 이후 6회 연속 동결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지금 순대외자산이 50% 가깝게 있고 외환보유액도 상당히 많이 축적돼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금리 격차만으로 외환시장이 불안해진다든지 자본 유출이 발생할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상당 기간 미국과 금리 차이가 2%p 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 외환시장이 그렇게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KDI가 이처럼 선제 인하론을 꺼내든 까닭은 수출과 달리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KDI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고금리 기조 지속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3% 증가하며 예상을 웃돌았지만, 산업생산 지표가 완만한 증가세에 머물러 있어 높은 성장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올해 민간소비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8% 증가하는 데 그치며, GDP 증가율은 상반기 2.9%를 기록하다 하반기 2.3%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금리 인하의 전제 조건인 물가 안정은 머지않아 달성될 것으로 판단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내수 부진으로 2023년(3.6%)보다 낮은 2.6%를 기록한 후, 2025년에는 물가안정목표 수준과 유사한 2.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에 대해선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2023년 3.4%에서 2024년 2.3%, 2025년 2.0%로 물가안정 목표에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통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 상승률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농산물, 석유류 등 변동성이 높은 품목의 일시적 물가 변동에 통화정책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지금 고금리로 인해서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또 개인사업자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내수 부진"이라며 "이런 부분을 물가가 안정되는 상황에서 고금리를 유지해 가면서 부담해야 할 정도인지 판단해야 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전문가들 또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며 조기 금리 인하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수로 보면 미국은 호황이고 우리는 침체 국면"이라며 "환율이 좀더 안정이 된다는 조건하에 미국에 앞서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 문제가 고금리 때문에 상당히 압박이 되는 상태다 보니, 금리가 떨어져야 성장률도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 금리 인하가 경제전문가들의 바람"이라고 했다.
연관 키워드
로딩 아이콘